후손
海月정선규
밤을 지새우는 칼바람에 사각사각 하얀 배를 갉아
차가운 즙을 마신다.
고요한 아침의 침전을 그렇게 삭힌다.
시간의 옆구리를 짜깁기 하얗게 하여 가니
가녀린 선율을 흘러내리는 여인의 능선 미에 백옥 같은 눈썰미에
쉰여섯 송이 꽃은 지고 쉰다섯 송이 겨우 애닮 퍼라.
열일곱 순정 꽃띠 그녀의 순결한 곱디고운 인생
빼앗긴 들에 일본군 강제 성적 위안 하느라
골백번도 더 시들었건만 일본의 썩은 사과 한마디
보상의 세월 한 가닥 얻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뼈에 사무친 한의 생기 오뉴월에도 서리 내리니
후손의 눈에 눈물 흘러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