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의 세월
海月정선규
육십 년 세월을 어떻게 열한 시간 빼곡히 빼먹을까.
금강산이 다 소복으로 갈아입었다 지난 억겁의 세월
이제야 제치고 어머니 아버지 만나려니
세월은 저 세상 화촉 밝혀 모시고 갔구나.
지난 추석 만났었더라면 뵈었을 것을
어긋난 시간의 여정에 목이 메 떼를 떠 입힌다.
아!
어찌하여 안녕이란 향기조차 품어내지 못했을까.
이산가족 그리고 상봉은 축제일까.
인민보위부에 국가안전보위부가 눈이 멀었던가.
철저한 사상 및 계급성분과 당의 충성도에 따라 불려 나온 자리
누가 그 심정 알쏘냐.
그래 기름진 음식 영양제 몇 주 전시용 사육에 살짝 살찌는 소리 들으며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할 말행동의 요령 서릿발 세워 숨죽일 때
카메라 잘 받으며 도우미 감시의 눈초리에 혹여 실수할까
활동의 영역을 넘지 못한 채 도청의 늪 살이
그 얼마나 힘든 고난의 여정에서 시달렸을지 모르겠다.
만남의 뒤풀이마저도 사상검증과 자아비판의 시퍼런 서슬 앞에
비켜가듯 토라져 되돌아 선물마저 약탈 당해 돌아가는
빈손의 수레바퀴 그래 인생 뭐 있나. 죄 짓지 살지 않으면 돼지
그저 그렇게 얼마나 힘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