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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망루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2268 등록일: 2010-10-16
망루 海 月 정선규

바람이 깃든 스산한 9월의 가을
아직 퇴색되지 않은 은행잎 갓으로
시나브로 짙은 갈색 띠 울에 박음질하여
퍼지는 온몸으로 퇴색을 가늠한다

한낱 은행 잎이지만 그래도
어엿한 생명을 마감 짓는 자리인 만큼
죽음의 격식을 제대로 갖추어 노란 물질하는 것이
꼭 철거민의 아픈 죽음을 예감하는 듯한 감으로 잡힌다

은행잎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가 싶더니
끝내 철거민들이 망루에서 불을 감싸 안고 떨어져 죽었단다

아직도 장례식 없는 서러운 날만 지워져 가면서
잊힌 듯 잊힐 듯한 안타까움이 가을의 서정 속으로 묻혀가는데
가만히 한 알의 밀알은 여지없이 썩어가고
국민의 정서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철거민을 향하여 보듬는
손짓을 하며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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