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海月정선규
비 주룩주룩 오려는가.
눈이 펑펑 내리려는가.
내 타들어 가는 가슴의 고랑은
밋밋하구나.
송이송이 봉선화 연정에서
청량하게 톡 쏘아 올리는 사이다처럼
화이트 하얀 배설이 오른다면
거푸 시원하리라.
웃음의 눈물을 삼키는 사람들
20년 된 사람
7년 된 사람
10년 된 정신병원
누이야
겨울을 하얀 눈을 데리고
봄 찾아가듯
나를 데려가렴.
기다리고 기다리며
우울한 불면의 밤만 늙어가는구나
갈 곳 없는 것도 죄
돈 없는 것도 죄
몰라서 못 나가는 것도 죄
죄, 죄, 누가 천상의 죄인이더냐
난방도 없는 환자의 의무에 없던 병도 나겠구나
짝 잃은 병원의 의무는 어디 있을꼬
그리할지라도(반의적) 참예의 은혜에 젖어가노라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