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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
뱀의 연동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546 등록일: 2013-10-16


 

뱀의 연동

海月정선규

 

그 어느 해의 일이다. 큰 누나와 매형이 경주 놀러 오라고 해서 대전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고속버스 터미널 광장 신한은행 현금자동지급기 앞을 보니 정말 사람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웅성대고 있었다. 둥근 원형을 유지하며 빙 둘러서서 기를 쓰고 뭔가를 보기 위해 빈틈없이 콩나물시루 속의 콩나물처럼 빼곡하게 서 있었다. 갈길 도 바쁜데 그냥 갈까 하다가 아니 그래도 무슨 일인가 하는 것은 알고 가야지. 싶은 마음 반 호기심 반 잔뜩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되어 가까이 갔다.

하지만 작은 키 자락의 비애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비집고 들어갔다. 어떤 약 장수가 약 선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손에는 작은 막대기를 들고 목에는 마이크를 두른 채 신바람이 난 상기 되어 있는 목소리에 허스키한 쉰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왜냐하면, 그렇게도 보기도 싫어하는 뱀이 막대기를 타고 오르는데 아뿔싸! 뱀에 두 다리가 달려 있었다. 그것도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른 채 말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아무리 봐도 도마뱀 정도 혹은 카멜레온처럼 보였다.

이게 무섭다기보다는 호기심에 넋이 반으로 나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하여 어느 절의 앞마당 작은 나무에서 용이 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뱀의 형상을 입고용처럼 두 다리를 가진 아주 이상한 녀석이 나타났다고 하더니 얘가 그 얘야.” 나도 모르게 중얼 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약장수가 나를 날카롭게 쳐다보기에 웬일인가? 마주 보았다. 약 팔러 나왔으면 약이나 홍보할 일이지. 이 사내는 왜 그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았는지. 글쎄 나를 보고 하는 말이

젊은 사람은 보지 말고 빨리 가란다. 재수 없다. 나 뭐라나. 신들린 듯 주문을 외우는 듯 궁 시렁, 궁 시렁 떠드는데 아니 글쎄 어제 한 20대 초반쯤의 여자가 남자친구 면회 왔다가 같이 하룻밤을 자고 택시 타고 가던 중 뒤에서 다른 차가 들이박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객사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그렇게 보지 말라고. 그냥 가라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전했건만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끝까지 다 보고 가다가 큰일 당했으니 나한테도 그냥 가라는 암시적인 추파를 던져온 것이다.

하지만 고집하면 정씨 고집이라고. 나는 전혀 움직일 줄 모르고 다들 버스 시간 맞추어 자리를 뜨고 서너 사람 남았을 때 비로소 자리를 떴다.

참 나와는 인연이 없는 대전 고속버스 터미널일까? 대전은 금산의 일일생활권이었다.

그런 탓에 자주 대전에 나갈 때마다 마전 행 501번 좌석 버스나 아니면 520번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내 집 마당처럼 드나들었다.

언젠가는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어느 교회에서 나왔는지 여러 사람이 나와서 전도지를 돌리며 길가 전도하는데 그중의 한 사람이 내게 다가오더니 누가 묻지도 않은 말을 했다.

하나님께 버림당했네.” 환상처럼 스쳐 갔다. 그런데 또 이번에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 당시 몹시 기분은 나빴지만, 순간 내가 하나님 앞에 무엇을 잘못한 일은 없는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똥 싸고 밑 안 닦은 양 늘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있었다. ,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도저히 이 말 밖에 생각나는 것이라고는 없었다. , 대전에 사연도 많다. 내가 마전 침례교회 다닐 때의 일이다. 글쎄 워낙 내가 보수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에서 자란 탓일까? 남들은 미친 듯이 찬양하고 기도원이라는 기도원 집회와 매년 1월이면 열리는 신년집회마다 다 쫓아다니는 극성파 신자들과는 달리 집회를 가까이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잘못하면 신비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전 침례교회 장재원 담임 전도사는 윤상일 목사의 집회라면서 발길 떨어지지 않는 나를 동행하여 집회에 참석했다. 정말 싫었다. 신들린 듯이 손뼉 치고 울고불고 아수라장이 되어 버리는 기독교 집회의 현실에 못마땅하여 누가 뭐라 하든 꼼짝하지 않고 오직 목석처럼 버티고 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같이 호응하지 않는다 하기에 그냥 나왔더니 이런 장재원 전도사가 놓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집회는 끝났고 나는 정신없이 밖으로 나왔으나 아주 이번에는 안수 기도 받으라고 성화를 댄다. 나중에는 나를 끌고 들어가 윤상일 목사 앞에 대기시키다시피 하여 안수 기도 받는데 참 안수 기도인지 폭력인지 머리에 손을 얹더니 사람은 고향을 찾아가는 본능이 있는 것일까? 깡패 출신 목사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마치 내 머리에 광풍을 쏘듯 때리고 떠밀어 나자빠지고 일어나고 또 때리고 다시 자빠지고 그렇게 몇 번을 하더니 겨우 하는 말이 귀신이 나를 따라다닌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치를 떨었다. 우리 기독교의 현주소를 돌이켜 보며 안수 기도의 필요성과 목사의 자질 등 많은 것을 알아보기 위해 많은 기도와 성경에서 찾고자 힘썼다. 아무리 내가 그리스도인이지만 예, 아니요, 아멘의 뜻을 돌이켜 보게 된다. 하나같이 왜 그럴까? 무조건 순종하란다. 자신의 말에 불순종하면 무식하게 다리가 부러지고 죽거나 다친단다. 그리고 나중에 하는 말이 형제님! 하나님께서 매우 사랑하십니다. 다른 사람들은 같았으면 교통사고 당하여 죽거나 최하 식물인간 된다는데 형제님을 다르시네요.” 한다. , 무식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 후 윤상일 목사의 부흥집회가 마전 침례교회에서 있었지만, 정이 다 떨어져 참석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의 일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말씀을 떠올린다. 나의 하는 것을 네가 이제는 알지 못하나 이후에는 알리라.(13:7) 그 후 윤상일 목사는 대전 중촌동 할렐루야 교회를 접고 부산으로 떠났다는 소식만 들었다.

겹겹이 물려오는 과거의 아픔이다. 아무튼, 그날 나는 차를 타고 가면서도 별의 별 생각을 많이 했었다. 죽으면 죽으리라. 에스더의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 날 이후 뜻밖의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3일간 경주에서 머물렀다, 다시 대전에 돌아와 보니 그는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은 채 주검이 되어 내가 나타나기라도 할 것인 양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잠시 우리는 긴장한 채 눈싸움을 벌였고 서로 그 어떤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나는 유유히 돌아서서 홀연히 집으로 사라졌다. 그때 그는 왜 그랬을까? 뭔가 들킬 듯한 예감에 사로잡혔거나 아니면 뱀의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살아 돌아온 나를 보며 무슨 생각에 사로잡혔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유쾌하고도, 상쾌하면서 통쾌하다. 모든 일은 현재진행형이니 그 어떤 누구도 미래를 알 수는 없다. 약한 것을 강하게, 강한 것을 약하게, 약한 것을 택하여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는 나의 하나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야곱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아브라함의 하나님, 살아 계시는 우리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내게 말씀하신다. “소자야! 안심하라.” 응답하셨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말씀이다. 그러고 보면 2013년 한 해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주셨다. 이제 오후 148분 영주공공도서관의 일상은 평안한 햇살을 받아내고 있다.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탱글탱글한 오렌지 알 입에 넣고 씹으면 터지는 순간 입안이 환해지면서 내 눈이 다 밝아지는 듯한 것. 딱 오늘이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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