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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산 너울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145 등록일: 2013-09-19

산 너울

海月정선규

 

가을이라 불어오는 바람은

내 닭살 같은 살갗을 까칠하게 스쳐 간다

따사로운 햇살이 너울너울 온기를 띄워놓았다

먼 산을 바라보니 산허리능선을 타고 흘러내리는

관능미에 얇은 옷깃만 펄럭인다.

가을은 너울너울 바람을 지어 저녁으로 향하고

산 어깨에 걸친 어깨선은 선녀의 날갯짓 하며

산을 들어 올려 오롯이 하늘로 달아나고

하늘만 높다.

서산마루 끝에서 햇살의 세례는 동나고

어깨를 가로질러 서쪽으로 막 넘어가는

해를 잡은 무게를 동쪽 하늘 처마 끝의 보자기에

다소곳이 싸서 오늘의 내일이라 유통기한을 표기하여

보류함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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