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海月정선규
영주시립병원에 오면 언제나 뒷산의 매미는 맴맴 맴 구슬픈 가락에 목 놓아 운다.
수도꼭지 파이프 구멍처럼 팽글팽글 패인 달팽이관 속으로 누가 고춧가루를
흘려보냈는지 정말 들어주자 하니 귀가 따갑다 못해 맵기는 하다 마는
이왕 어쩌랴! 매미 울음소리에 내 귓전을 깨끗이 재조명하듯 바짝 귀를 새우고
관중석을 찾아가 앉아서 날 새는 줄 모르고 마냥 들을 거리에 홀연히 있으면
불현듯 눈앞은 캄캄해져 버리고 온몸은 구수한 뼈마디가 부서지듯 푸석하게
힘줄을 당겨 짜릿한 전율의 순간으로 타오르고 온통 머릿속은 뒤통수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하고 반짝반짝 부서지는 소리의 원자가 떠돌아다니고
내 머리 둘레에는 빨, 주, 초, 노, 파, 남. 보
켜켜이 둥글게 쌓여버린 아름다운 일곱 빛깔이 내 머리에 테가 된다.
정신의 압박은 점점 좁혀져 소나기 잠자기 좋은 아늑한 햇살만으로 비추고
쏟아져 내리는 마취에 두 눈은 무겁게 가라앉느라 꺼벙이 추임새를 사윈다.
벌떼처럼 윙윙거리는 소리의 원자는 토성 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