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송이
海月정선규
비가 내린다.
처마 끝에 귀 걸이하고 앉았던 귀걸이가 나뭇가지를 스치며
난데없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대지에 점 하나 찍어가노라면
열 손가락에 가락지 끼고 일본 사내의 뼈와 살이 다 타는 밤에
알싸하게 죽음의 앞으로 끌어당겨 안은 채 화르르 연꽃처럼 피어오르는
논 개의 절개는 영광의 면류관이 되었다
불현듯 온 대지 위에 떨어지는 비를 보노라니 온갖 옷가지 위에
바늘 끝이 콕콕 떨어지는 박음질이 그리워진다.
저 쏟아지는 창밖의 장대비 마루 끝에 한 번도 아직은 길어서 입어보지 않은
새 청바지를 디밀어 놓으면 재봉틀이 지나갈 때마다 또박또박 새김질할까
온 누리 세탁소 주인아저씨가 널폿이 재봉틀에 홀로 앉아 박음 한 음씩을 더하여
질척이는 바늘 끝에서 또박또박 순서를 따라 들어가는 박음질 소리에 송이송이
한 송이씩 지워져 버리는 흙 살이에 묻혀 시집간다는 빗방울은 소리 없이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