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소녀
海月정선규
구름은 바람에 가려 못 가나
온종일 비는 내리고
빗발은 수채화를 그렸다
창밖으로 콕콕 땅에 찍히는 빗방울은
비 심기에 으쓱했다
대지는 맑고 깨끗하게 다시 살아나고
붉은 꽃잎은 빗물을 모금아 잎이 단아한데
자꾸 그렇게 내리는 비마다 땅을 두드리니
삼봉병원 땅콩, 짱구 그 환자의 자판이 떠오르니
쏟아지는 시어에 불현듯 퍼붓는 소나기에
이런 날에 만날 수 없어 그릴 수 없는
나비 소녀가 빗 창 밑으로 그립다
단순한 둥굴레 차 향기 은근히 묻어나면서
검은 눈동자가 해맑고 빛나고 초가집 처마 끝을 여미듯
눈썹을 말아 올린 관능미가 풀풀 날리면서
뽀송뽀송하게 말린 햇빛가루 반짝반짝 날리면서
어디로 갔을까
곧 해가 뜨면 나오겠지
해와 소녀는 어떤 관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