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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나비 소녀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637 등록일: 2013-07-16

나비 소녀

海月정선규

 

구름은 바람에 가려 못 가나

온종일 비는 내리고

빗발은 수채화를 그렸다

창밖으로 콕콕 땅에 찍히는 빗방울은

비 심기에 으쓱했다

 

대지는 맑고 깨끗하게 다시 살아나고

붉은 꽃잎은 빗물을 모금아 잎이 단아한데

자꾸 그렇게 내리는 비마다 땅을 두드리니

삼봉병원 땅콩, 짱구 그 환자의 자판이 떠오르니

쏟아지는 시어에 불현듯 퍼붓는 소나기에

이런 날에 만날 수 없어 그릴 수 없는

나비 소녀가 빗 창 밑으로 그립다

 

단순한 둥굴레 차 향기 은근히 묻어나면서

검은 눈동자가 해맑고 빛나고 초가집 처마 끝을 여미듯

눈썹을 말아 올린 관능미가 풀풀 날리면서

뽀송뽀송하게 말린 햇빛가루 반짝반짝 날리면서

어디로 갔을까

 

곧 해가 뜨면 나오겠지

해와 소녀는 어떤 관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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