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동아리
海月정선규
어젯밤에 잠 못 이루고 배시시 눈 끝으로 맑은 햇살이 좁혀들어 오듯
지그시 눈꺼풀에 도장을 찍는다
잠에서 석류 알을 쏙 잡아 빼듯 이불 속에서 몸을 빼고 나와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 한 잔에 묵을 축이는데 뭔가 이불 속에서 툭 하고 나온다
거참 이상하다
뭐가 있기에 떨어진 밤송이에서 알밤이 튀어나오듯 그렇게 빨리도 튀어나올까
이 아침에 노총각이 할 일이 없어 쪼그리고 앉아서 심심풀이 땅콩이라도 까듯 하면서
왠지 이상야릇한 아침 향기에 오롯이 정신이 태양처럼 솟아오르는 동안 꿈인지 생시인지
가늠할 수 없을 때 복 실이 녀석이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마치 생각하지도 못했던 밤나무에서 밤송이를 박차고 나온 알밤 같은 녀석이다
온 동네를 제집 드나들 듯이 다니는 저 녀석에게도 가지 못하는 곳이 있으니
그것은 비밀통로가 되는 자물통이다
열쇠는 자물통 그 어두운 속 길을 보듬 보듬 유순하게 드나들고 있어도
복 실이 녀석한테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아무 관심도 없는 쇠똥 가리 일뿐이다
그러고 보면 참 세상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비 내리는 창밖의 밖을 바라보니 빗물이 흐르는데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엉켜버린 좁은 골목길에서 채워진 자물댓를
풀어 열어젖히듯 마냥 흘러간다
그래 바로 그거야 우리 복실 이는 역시 나한테 꼭 맞는 열쇠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