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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없는 밤으로 쓰는 편지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533 등록일: 2013-06-14

잠도 없는 밤으로 쓰는 편지

海月정선규

 

 

그림자도 잠들어 버린 어두운 밤을 삭히며 비가 내린다.

바람이 비 사이로 끼어든다. 안전거리 확보도 생각하지 못했는지 난데없이 죽기로 작정을 한 사람처럼 겁도 없이 그렇게 끼어들었다. 잠시 휘청거리는 비가 주춤하더니 다시 가지런하게 살아난다. 그리고 오던 길에서 다시 생생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못 달리고 그만 나뭇가지에 심하게 부딪히더니 얼마나 터졌는지 주르륵 흘러내리는 대로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졌다. 비는 이 한밤에 누가 무엇하러 부른 손님일까? 이토록 잠을 잊고 비몽사몽 간에 중언부언하며 기도하는 내 마음을 깨우는 아주 귀한 손님이겠다. 저 창을 넘어 지금 나갈 수만 있다면 나가고 싶다. 미친 사람처럼 속 시원하게 비를 흠뻑 맞고 싶다. 그리고 달려도 보고 싶다. 아직 병원 앞으로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저 미지의 밤에 내리는 비를 질척질척 밟아보고 싶다. 미지의 땅을 밟는 그 순간 얼마나 감격스럽고 감동이 밀려올까? 비록 오늘 밤 잠은 잊었어도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후회 없이 하고 싶다. 남들이 알면 처량하다. 노총각 불쌍하다. 하겠지만 빛이 없는 이 순간 내가 작은 불빛이 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점점 비가 굵어지고 있다. 순간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비에 샤워하면 내 마음의 때까지도 흘러내릴까? 차라리 헌 몸뚱어리 싹싹 빗물에 푹 담갔다가 돌아서면 마음을 비우는 도를 닦는 것도 아니고 정신 줄을 놓아버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한순간의 꿈처럼 뭔가 다시 새로워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나에게 큰 복이 될까?

나를 통하여 모든 사람에게 복이 흘러가 전해지는 도구가 된다면 나는 큰 강이 될 것이고 세월이 더 흐르고 난 후에는 잔잔한 바다가 되어 모든 흘려보낸 것들을 잔잔하게 만들어주는 역할까지도 바라볼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보면 사람은 흘려보내야 하고 물도 자꾸 흘러가야 한다. 그래야 선순환의 구조의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 아니겠는가? 쏟아지면 깨알처럼 깨어지고 또 쏟아지면 또 깨알처럼 깨어지고 어떻게 보면 비는 학습의 모체가 되기도 한다. 한 번 찍어서 안 되면 두 번 찍고 그래도 안 되면 다시 어느 날인가 다시 비를 내리면 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계속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안 되면 다시 때와 시기를 잡아 가능성 있을 때 봄비로 내리고 가을비가 되어 오고 겨울비가 되어 와서 얼음이 되면 그만인 것을 말하자면 비에는 네 번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어느 한순간이 아니고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렇게 때를 따라 적당한 비로 풍성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시절을 따라 살아가기가 녹록하지는 않겠지만, 때와 기회가 있고 또 살아가야 하기에 이에 따르는 시기를 알아야 무슨 일을 하든 선택을 잘하는 삶으로 결실이 풍성하지 않겠는가. 가만히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을 뒤돌아봐도 그때그때 모든 것이 에누리없는 선택의 과정이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산다는 것은 어쩌면 기업과도 같은 것이요. 사업체인 줄도 모른다. 왜냐하면, 무엇을 남기든 자신의 삶에서 이윤을 남겨놓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이렇게 말하곤 한다. “, 세월 한 번 빠르다.” 혹은 아무것도 해놓은 것도 없이 벌써 일 년이 다 갔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줄도 모르고 앉아서 입버릇처럼 세월만 노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꿈을 향한 도전도 없고 꿈꾸지도 않으며 길을 떠나지도 않는다. 감나무 밑에 돗자리 깔고 자다가 어느 순간 운이 좋게도 감이 떨어져 입으로 쏙 들어가는 단박에 대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지금 내리는 비에도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이제 가물었던 땅이 촉촉하게 물이 올라 농사가 잘되겠구나. 여기에서 조금만 더 비가 오면 좋겠는데 그래야 좀 해갈이 될 텐데. 이번 비에 모내기하기 좋겠구나. 또는 아주 단순하기는 하지만 학생이라면 내일 비가 오지 말아야 우산 없이도 비 맞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을 텐데. 정말 현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그냥 꿈이라도 꾸었으면 좋겠다. 꿈꾸는 사람이 긍정적이며 긍정의 말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가면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박진식 시인이 이런 말을 했다. 절망은 또 다른 희망의 이름이라고. 꿈만 꿀 수 있어도 그건 행복이라고. 나는 못한다. 나는 안 된다. 그거 해서 무엇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뭔가를 자꾸 생각하며 바라는 마음으로 하고자 하는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하늘은 구름을 가졌고 구름은 비를 가졌고 비는 생명을 가졌다. 어떻게 보면 우리네 삶은 이렇게 자꾸자꾸 거품을 빼는 것인 줄도 모른다. 큰 것이 다가 아니며 크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 있는 거품을 자꾸자꾸 빼는 것이다. 이것이 곧 선순환이며 보고 있다가 때가 되어 기회가 오면 나는 언제든지 뛰어들어갈 탄탄대로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모르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비참하고 무서운 일이다. 모르기 때문에 이용당하고 부지런히 남 좋은 일에 범죄의 유혹에 빠져 헛된 꿈을 꾸고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남에게 내 삶을 압류당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 되는 것이다. 나는 포도나무에 물어보았다.

얘 포도나무야! 너는 왜 참나무처럼 쭉 키지를 못하고 네 허리가 그렇게 휘었니.” 그랬더니 포도나무의 대답은 아주 간단명료한 것이었다.

너나 잘해. 나는 꾸불꾸불 방황해도 내 할 일을 하고 열매 맺는 데까지 오지 않니?” 그래 그렇다. 방황한다 치더라도 일단은 꿈을 정해놓고 생각도 하고 앞에 있는 꿈자리를 바라보면서 내 할 일에 대해서는 온 힘을 다 하는 가운데 갈팡질팡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막연하게 그냥 힘들어. 죽겠어. 또 오늘 하루가 다 갔네. 하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꿈을 놓고 살다 보면 특히 경제적인 면에서 많은 좌절을 하고 삶의 쓴맛을 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리할지라도,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아름다운 언어가 있고 힘과 용기를 주는 단어들이 많다. 그리할지라도 다시 한 번 돌아서서 자신을 겸비하고 꿈을 준비하며 때를 기다리는 지혜로운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인간은 본래 힘들고 지치고 괴롭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형질과 성정으로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인격이 있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존경도 하면서 싸우기도 않고 욕하지도 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만들어진 존재이다. 다만 본래 우리의 것을 잃었기 때문이다.

너는 왜 사니 하고 물어보지 말고 하루하루의 일상을 보내면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먼저 발견해야 할 것이다. 그저 해 뜨면 나오고 해지면 들어가고 하는 형식적인 존재가 아니라 삶의 주체자로서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정립하여 하나의 인격으로 살아가야 한다. 만약 단비가 있다면 모든 생물의 겉모습만 키우지 말고 모든 사람의 내면까지도 인격까지도 키웠으면 정말 좋겠다. 링 링 링 비가 울린다. 속에서 겉으로 울고 있다. 안에 있는 것을 밖으로 뱉어내는 치밀어 오르는 말발이다. 그것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물결이 안에서 밖으로 치밀어 오르기보다는 밖에서 안으로 끌어당겨 들어가는 것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응집력이 강한 것이겠지. 하나로 똘똘 뭉치는 멋이 있겠지. 결집하고 약속하고 다시 결집하고 약속하면서 큰일을 도모할 것이다. 결집력의 상징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보면 참 나도 어리석다. 세상에 꿈을 꾸어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말로 꿈을 꿀까? 가만히 있는 사람들을 희롱하고 선동하는 것인가? 물론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람의 꿈은 가능성을 넘어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여기는 마음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창조의 가능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가 사람을 마음을 뒤흔들어 놓기도 하고 강했다가 약하게도 하여놓는 환경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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