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결
海月 정선규
비가 내리는 날에는
온통 보듬는 풍경소리가 자욱하다
누가 통통 통 개밥그릇에 손을 대는 의미가 있다
상념에 비를 그냥 비를 맞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뽀드득뽀드득 눈길 걷는 살결의 발자국이 잦아드는 숨결에
살을 깎아 새 살결이 돋아날듯 한 맛스러움의 끝으로
거저 싱그러운 감질 맛에 안절부절 못한다
대패로 나뭇결을 깎듯 비는 제 살을 내 몸으로
사정없이 비벼 결 좋은 주름살을 맞추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고기잡이 배가 먼바다에서 등대를 보고
덩실덩실 치는 파도 결에 힘차게 헤집어 육지로 나오는
설렘에 내 마음에서는 희끗희끗 미소가 흘러나온다
바닷물에 방아를 찧을 수 있겠지
결에 술렁술렁 흙을 걸러내고 잡티를 걸러내는 말이다
나는 오늘 점심때 찬물에 풍덩 풍덩 세수를 하고
스치는 부드러운 수건 결에 물을 식곤증을 쫓느라
결을 켰는데 어쩌면 비를 맞고 닦는 것은
물결에 따라 깎아지르는 물맛을 깃들이는 진정한 맛의 세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