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海月 정선규
꽃동산 6거리를 가노라면 나는 바보가 된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고
글쎄 대전에 있는 신호등이 경북 영주시
꽃동산 로터리 6갈래에 있을까 싶어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자동차에 두 눈을 질끔 감고
신호등 없는 하얀 다리에서 넌지시 눈칫밥에 모금아, 든다
신호등의 30초의 시간의 틈바구니 마음의 주차장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온다
모르긴 몰라도 담배 연기는 모굴 모굴 주둥이 속에서
눈뜬장님으로 이리 쿵 저리 쿵 벽에 부딪히며 많이 찌그러들었을 텐데
너무 멀쩡하다
말하자면 30초의 접촉 사고는 하나의 하얀 도넛을 구워 나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네 입안 담배 연기가 오롯이 회전의자를 빌려 빙글빙글 돌다가
어지러워지면 어쩔 수 없이 탈출하는 비상구가 되어 나와 그대로 바람의 바다에
뿌려지는 육체의 끗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