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인 세상
오늘은 아침부터 손전화 벨이 울렸다
웬일일까?
여느 날과는 달리 이른 시간에 무슨 일일까?
하는 마음으로 받았다
"여보세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응 난데 큰일 났다"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형 왜 또"
"오늘 아침에 아름드리가 병원으로 실려갔어
또 우울증으로 아침에 나한테 전화 왔었어."
나는 기가 막혔다
한두 번도 아니고 번번이 아침인지 밤인지
밤인지 가리지 않고 병원으로 실려가는 것이
언젠가부터 친구의 일상이 되었고
작년에 죽겠다는 마음으로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와
여관에서 제초제도 아닌 살충제를 먹고 죽으려는 쇼를 부리다
결국 자신이 119구급대를 불러 병원으로 실려가야만 했다
우울증 때문이라는데 지독하게 돈은 모으면서도
방안에서 전혀 남들과 어울릴 줄 모르고
종합병원이라고 말할 만큼 늘 약에 취해 사는 친구였다
"알았어. 형" 하고 전화를 끊자마자
전화별이 울렸다
"여보세요"
소리가 너무 작아서 잘 들을 수 없었다.
"누구십니까"
잡음과 함께 들려왔다
"응 나야!"
"예 형님 웬일이세요"
"응 나 오늘 못 나간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아들이
며칠 전 외출을 나왔는데
병원으로 안 들어간다고
사라졌는데 병원에서 난리야
어젯밤 열두 시가 넘어서
터미널이라고 전화가 왔는데
누군가 옆에서 자꾸 끊으라고
재촉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어.
오늘 아들 찾으러 간다."
나는 또 기가 막혔다
결혼한 것도 아니요
느지막이 만난 여자와 동거하면서
속 많이 썩는다 싶었기 때문이다
멀쩡한 제 동생을 큰 누나가
얼마 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던 것이
급기야 터지고 만 것이다
내가 듣기로는 백만 원 대출받아 교회에 헌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쳤다고 입원시켰다고 했었다
과연 그래서일까?
정신병원이 무슨 수용소인가?
심부름센터인가?
나는 전화를 끊었다
잠시 전화벨은 또 울렸다
"여보세요"
"나야"
"응 왜"
"내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 내 옆 방에
엄마와 아들이 같이 입원해 있거든,
그런데 아들은 엄마를 정신병원에 보냈데"
"왜"
"글쎄 잘 모르겠는데
병원에 입원해서조차 과음하는 아들을 걱정해서
엄마는 아들에게 술 그만 먹으라고 잔소리했다나
아무튼 뭐 그래"
순간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시간 나도 모르는 일들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을까
정말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빠져 살거나 미쳐 사는 것일까?
세상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가면 갈수록 삶은 의아해지고 사람들은 점차 많은 방황 속에서
영혼의 호흡과 길을 잃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