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을 햇살에 바삭스럽게 그을린 도로변의 플라타너스 잎이 데굴데굴 곱상하게 말린 우리 누나 머리가 가을바람에 바지런하게 진열하는 것을 보아하니 덕지덕지 따사로움을 퍼올려 고소한 참기름에 바삭하게 때 미는 금산 분식 아주머니 손맛이 그리운데 이 마음 어느 손에 또 맡길꼬
2 한 잎 두 잎 가을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아하니 어느 해 겨울인가 추위에 꽝꽝 얼어붙은 우리 집 마당에 수도에 뜨겁게 달아오른 물을 주전자에 부어 내릴 때 수도꼭지가 녹으면서 방울방울 물방울 토마토를 따듯 그렇게 흘러내리던 아버지의 그 계절에서 저울질하는 물이 똠방똠방 떨어지겠다
3 누가 이 가을을 너끈히 잘라서 우리 동네 정육점 아주머니에게 주었을까 아니면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주었을까 그저 또 이 가을만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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