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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왜 불러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602 등록일: 2010-10-09
왜 불러 海 月 정선규

달빛이 절명한 것으로 어둠을
가라앉혀 놓은 밤
누군가 화장실 물 내린다
쌕 변기 씻는 소리 가시고
다시 정 막으로 진 치는 풍경을 물색하더니 
잠시 후 누군가 다시 화장실에 들러 물을 내린다
잊을만하면 무엇을 상기시키듯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제부터 아픈 이가 침묵을 깬다
이윽고 머물렀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여유없이 뛰쳐나온다
하루에도 수 십번 반복되는 일컬음에
용수철이 미워진다
쿠션으로 이가 아픈 것이다
가라앉혔다 부풀어 올랐다
눌렀다 흔들었다 신경성 대장 증후군 같다

물 한 모금 밥 한술도 질투하는 통에
맥없이 쭉 뻗었다
타는 목줄에 물 한 모금 털어
슬그머니 주입하면
눈치빠른 누군가의 절도범 신고 아니
주거 침입 신고로
경찰의 추적이 시작된 양
기필코 찾아들어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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