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병동으로 사복을 입은 사내들이 들어왔다 얼핏 보기에도 의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호사도 아니고 환자는 더더욱 아닌듯한데 도대체 이들은 누구이기에 병원까지 왔을까? 작은 수첩을 앞에 내놓고는 인사를 했다 알콜중독자 김 입니다 알콜중독자 김!! 순간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자신을 스스로 알콜중독자라니 말이다 그는 말을 이었다 "저는 우리 어머니가 벌레잡듯 손으로 꾹 눌러 주고 싶도록 그렇게 술만 마시면 못된 짓을 많이 했습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천 원짜리 한 장만 있어도 동네 슈퍼로 달려가서 소주 한 병을 사서 안주도 없이 잔도 필요없이 그 자리에서 병나발을 불었고 돈이 없을 때면 안방을 다 뒤져 어머니 돈을 가시고 슈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가하면 아무리 집안을 뒤지고 뒤져도 돈 한 푼 나오지 않으면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돈 천 원 빌려서 술을 마셨으며 심지어는 밖에 나가 지하철 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창피한 줄도 모르고 손을 내밀어 돈 천원 얻어서 그렇게 술을 연명했습니다 그리고 명절 때 누나, 매형, 조카들 다오면 내 방에 들어가서 혼자 소주를 마셨습니다 그러면서 조카들이나 가족들이 웃고 떠들면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족들은 찬물을 끼얹은듯 내 눈치를 봐야만 했습니다 죽을지 살지도 모른 채 밤 낮없이 마셨습니다 부모를 원망하면서 그렇게 살았지만 지금은 술을 끊고 A.A 모임을 통해 여러분들에게 알콜 치유과정에 대한 체험을 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알콜중독자들의 모임을 통하여 서로 자신에 대한 술 인생을 이야기 하고 나누면서 그렇게 극복하고 있습니다 내가 A.A를 알게된 것은 병원에 입원해있을때 였는데 말끔하게 사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병동에 찾아와 뭐 그게 자랑이라고 술 마시고 마누라와 자식들 때리고 술만 마시면 사람이 백팔십도 돌아가 미친 개처럼 살았던 과거를 이야기할까 뻔한 이야기 나 같은 이야기에 시큰둥하게 못 마땅하게 여겼지만 A.A 모임에 나가 술을 끊었다는 사람들이 있어 우연히 참석했다가 지금은 하루도 술 끊고는 못 살던 내가 이제는 하루하루 술을 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에 말이 끝나자 옆에 앉아있는 사람이 나섰다 저는 알콜중독자 이라고 합니다 "저는 어느 정도였느냐면 어머니. 아버지가 아주 일찍 돌아가시고 형님과 살았는데 다행히 부모님이 살아 생전에 자식들이 먹고 살 정도의 재산은 남겨놓으신지라 그렇게 궁하게는 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버지를 대신하는 형에게 불만불평이 생기더니 급기야 하루도 술을 마시지 않고는 살수 없는 알콜의존자가 되었습니다 돈 생기면 술을 마시고 돈 떨어지면 밤이고 낮이고 형님을 찾아가서 아파트 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고 그래도 문 안 열어주면 연장들고 가서 내리치고 문을 열어주면 들어가 돈을 달라고 하고 안 주면 12층 아파트에서 밑으로 돌을 던져 남의 차를 박살내고 그러니까 형님이고 형수이고 동네가 창피해서라도 돈을 주면 또 술을 마시고 형을 원망하며 지냈습니다 왜 부모님 재산을 형 혼자 가지고 있는가? 왜 나한테는 먹고 살만하게 해주지 않는가? 그렇게 원망하게 지냈습니다 그랬더니 형님은 내가 전화만 해도 피하고 집에 찾아가도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제 내가 술을 끊고 살아가는 것을 보고 사람 대접을 해주고 한 달에 한 번씩 불러서 점심을 같이 합니다 아! 술을 끊으니까 사람들이 나를 이제는 사람답게 대해주는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자 다음 사람이 나섰다 "알돌중독자 박입니다 저도 술만 마셨습니다 술에 취해 자고 술에 취해 먹고 미친듯이 마셨습니다 술에 취해 운전을 하니까 딸이고 아내이고 모두 내가 운전대만 잡으면 도망갔습니다 내 아내는 내가 돈만 있으면 술을 마시니까 내가 술을 못 마시게 하려고 사업을 했습니다 그냥 놔두면 그 돈으로 술을 마시니까 차라리 아내는 그 돈으로 뭐라도 해서 내가 술 값으로 나가는 돈을 줄이려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안타깝게도 아내가 하는 모든 사업마다 잘 되지 않고 까먹었습니다 사람이 좋은 목적으로 사업을 해야 하는데 내가 술 값으로 탕진하는 막기 위해서 이것 저것 사업을 했으니 잘 될리가 없었지요 모든 사람들이 처음에는 자신은 알콜중독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냥 한 두 잔 마시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알콜중독자라고 시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살던 나는 이제 옆의 동료들과 함께 각 병원을 돌아다니며 우리 돈으로 기름값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끼리 모임을 하면서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의지하면서 이제는 술을 끊고 삽니다" 나는 그들에게서 깨달았다 "그래 나도 술을 끊었는데 나도 당신들 같은 알콜중독자인데 왜 술을 못 끊겠느냐 할 수 있다 동질성으로 똘똘 뭉쳐 술을 끊은 나를 사랑하고 또 술을 끊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남을 나처럼 사랑하며 기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랑으로 자기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구나 인생의 법칙이었구나 이제 이들은 남을 바라볼 때 나 같은 사람으로 더욱 사랑하겠다." 또 다른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내가 그토록 믿었던 아내가 나를 정신병원에 넣더라 이럴 수가 있나 처음에는 분개했으나 이제는 조금은 알것 같다던 여운 어린 그의 말이 지나간다 그들에게 깊은 찬사를 보낸다 자기실현의 극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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