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초대
海月 정선규
왜 일까?
오늘은 낯설게 그저 잠에만 취해 있고 싶다
일상 밖에서 창 하나를 가지고 내 영혼에 호흡을 들여다 보고 싶다
내 능력으로 한 치의 걱정과 염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스며드는 또 하나의 내 안에 나를 지그시 눌러 보고 싶을 뿐이다
어쩌면 버거운 현실을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잠시 자신을 내려놓고 현실에서 빠져나가는
흔적을 가만히 지켜주고 싶다고나 할까
아니면 지켜보고 싶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내 영혼에 생각을 가지는 시간을 마음껏 탐닉하고 싶다
내 영혼이 육체 안에 있는지
육체 밖에 있는지 꿈처럼 느껴보고 싶다
이게 그리움일까
내가 나를 보고 싶고 보듬고 싶은 꿈 마중일까?
한없는 생각의 늪으로 빠지다 불현듯 잠이 들고 말았다
그래 이렇게 때로는 잠으로 장막을 치는 거야
버거운 현실을 놓고 잠 안에서 컴퓨터 창을 들여다 보듯
들여다보면서 하고 싶은 일을 마우스로 움직여 보고
타자로 두들겨보면서 길을 더듬어 보는 거야
나 스스로를 느끼면서 꿈에서 깨어 현실을 직시하며
그림을 그리는 거야
그렇게 얼마를 잤을까?
켜 놓은 텔레비전에서는 달리는 자동차에
시뻘건 불이 붙어 사람이 화염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아주 큰 굉음을 울리면서 폭발하고 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막 지나고 있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고단했는지 또 나는 텔레비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꺼풀을 뒤집어 썼다
그리고 또 얼마를 잤을까
새벽손님이 창문을 후두둑후두둑 두드린다
이때를 위한 잠이었는가
참으로 다행하게도 잠에 무거운 침몰당하고 말았던
내 눈동자는 배롱배롱 물밑에서 떠오르는가 싶다가
그대로 잠을 깊이 내 영혼에 끌어안은 채
그대로 두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또 그렇게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
어떻게 눈을 떴는지 눈을 떠보니 아침 해가 중천에 떠 있다
결국 나는 밤새 자다깨다 자다깨다
어느 곳에서 잠 밖과 안을 넘나들며 개운치 못한 설잠을 잤다
불현듯 누군가의 말이 쏜살같이 떠오르고 만다
잔뜩 술에 취해 거리에 쓰러져 잠이 들었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온 몸으로 하늘이 내리는 물 폭탄이 사정없이 터지더란다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떠 보니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하늘은 온통 까맣고 마치 어느 바다에서
떨어져나온 섬처럼 자신만이 누워있더라는 것이다
아뿔싸 얼른 정신을 차리고 반사적으로 비 피할 곳을 찾다가
불빛이 새어나오는 지하철역을 발견하고는 황급히 들어가 피했는데
아직 다 풀리지 못한 술기운에 밀려서인지
자신도 모르게 눈 녹듯이 사르르 잠에 치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으시시 몸이 추워 잠에서 깨어 지하철을 빠져나오니
어느 새 비는 그치고 하늘은 개었는데 손목 시계를 내려다 보니
새벽 5시를 조금 넘겼더란다
터벅터벅 그래도 집에는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에 길을 재촉하는데
새벽 안개가 자욱하게 낀 한적하고 조용한 도심 속 공원이 한눈에 들어와
흠뻑 빗물을 머금고 있는 벤치에 몽유병 환자처럼 앉아 넋두리를 하듯
앉았다 그래 나도 모르겠다 싶은 마음에 생각을 해보니
노숙자가 떠오더라는 것이다
하룻밤을 보내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그래도 나는 오늘 하루 첫 체험이지만 그들은 어떨까?
매일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거리에서 잠을 자다
비가 내리면 일어나 깔고 잤던 신문지를 들고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잠자리를 옮겨가야 하는 사람들
하룻밤에도 수 없이 자다깨다를 밥 먹듯 하면서
고문에 시달리듯 살아가는 사람들
오늘날 이 사회가 어떻하다 이렇게 되었을까.
남들은 말하기 쉽게 그들이 게을러 일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그들은 처음부터 사회생활을 기피하며 일하지 않고 살았을까
아닐 것이다
그 이전에 I. M. F 가 터지면서 어쩔 수 없는 사회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으로
어쩔 수 없이 밀려났거나 사업을 하다 사기를 당하고 마음에 상처와 분노를 안고
노숙의 나락으로 떨어져 아직도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한 채 몸과 마음을 삭히지
못하는 아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찌 이현실이 한 개인과 한 가정의 문제이겠는가?
나는 광야같은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다
인생은 고난이라고
그렇기에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인생의 고난은 노숙과 아울러 아픔과 상처 그리고 아직은 서민이지만
늘 직장에서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우리 모두는 결국 잠재된어 있는 노숙자의 일부라는 것을
이 결박의 사슬을 풀고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절대로 없다고
어떻게 보면 예정된 우리네 인생의 고난이라고
고난은 도적 같이 배고프게 오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