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직 잠에만 취해 있고 싶다 노을 향처럼 내 영혼에 이미 오래전에 빼곡히 배여 염려의 고향이 되어버린 모든 근심. 걱정 그리고 한순간 소나기처럼 내리더니 지나가는 기쁨에 즐거움으로 다 채울 수 없는 현실에 두 눈을 감고 지그시 무엇인가 새로운 꿈을 꾸며 나오고 싶다 꿈 마중이라 그동안 알게 모르게 염려하는 생활에 깊이 찌들었던 나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듯 현실을 거두어 잠의 장막으로 끌어들인다 얼마를 잤을까? 켜 놓았던 텔레비전조차도 끄는 것을 잊었던지 달리는 자동차가 시뻘건 화염에 휩싸여 요란하게 폭발하는 소리가 아득한 창가의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지나고 있다 다시 현실의 창을 무거운 눈꺼풀 사이로 끼워 넣고 잠에 취한다 그리고 또 얼마나 잤을까? 밖에서 창문을 우두둑 두드리는 소리에 참에 침몰했던 내 눈동자가 물 밑에서 배롱배롱 떠올랐고 나는 비 내리는가 하는 마음을 가슴에 끌어안고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또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떠 보니 아침이 밝았다 잠자는 동안 그렇게 세 번을 깨고 자는 동안 나는 세상 밖에 있었는지 세상 안에 있었는지 육체 밖에 있었는지 육체 안에 있었는지 비몽사몽 알 수가 없었다 그 언제든가 누군가 내게 말했었다 잔뜩 술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거리에 쓰러져 잠을 자고 있는데 누가 자신의 몸을 밝고 넘어가면서 뼈마디를 맞추듯 온통 뼈마디가 톡톡 소리를 내더라는 것이다 눈을 떠 보니 비는 내리고 가로 등불을 추적추적 적시는 거리에 자신이 누워 있는 게 아니겠는가. 아뿔싸 정신을 차리고 얼른 비 피할 곳을 찾다가 앞에 보이는 지하철에 들어 졸다가 마저 다 풀지 못한 술기운에 밀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르르 잠이 들었고 그렇게 시간은 얼마나 되었을까 춥더란다 그래서 그는 다시 지하도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하다가 이왕 이렇게 된 것을 하는 마음에 한적한 공원 벤치에 몸을 눕히고 마저 자던 잠을 재촉해 아침에 눈을 떴는데 노숙하는 사람이 떠오더라는 것이다 거리에서 공원에서 잠을 자다가 비가 내리면 깐 신문지를 들고 지하철로 잠자리를 옮겨 잘만하다 싶을 때 지하철 문은 열리는 열리고 여지없이 설 잠을 깨어버리고 밖으로 나와야 하는 고달픈 여정의 한 가닥으로 어렴풋이 매달려오더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앞일과 같은 느낌에 마치 신의 예언처럼 받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세상은 잠정적이기에 고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쩌면 세상은 우리에게 잠을 주지 않는 괴물인지도 모른다 결코, 삶은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뿐 자유를 주지 않는다.
Contact Us ☎(H.P)010-5151-1482 | dsb@hanmail.net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73-3, 일이삼타운 2동 2층 252호 (구로소방서 건너편)
⊙우편안내 (주의) ▶책자는 이곳에서 접수가 안됩니다. 발송전 반드시 전화나 메일로 먼저 연락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