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여름으로 다가서는 5월의 중턱이지만 추웠던 겨울이 바로 엊그제 같은 기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겨울잠에서 늦잠을 잤기 때문인가 보다 겨울 하니까 생각난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여자들이 신고 다니는 목이 긴 신발이 아주 깜찍하면서도 귀엽고 뽀송뽀송한 하얀 털이 누나가 떠준 목도리 두른 듯 달라붙어 바람 부는 날이면 저 하늘 멀리 가물가물 날아갈 듯이 바람에 못 이겨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 장화, 아니 장화라면 하면 너무 가볍고 품위가 없어 그렇고 아무튼 이름 모를 신발이라 잠정적으로 말하겠다 그 신발을 신은 여자를 보면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인 같다는 생각으로 물씬 풍겨온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이 딱딱 소리가 나지 않아 사박사박 구름 위를 헤매고 다니는 듯한 아주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느낌 한 표를 말끔히 던져주는 강한 매력에 이끌린다 작년 겨울인가 시내 거리를 지나다 이 문제의 신발이 아기자기하게 가 판 데에 진열된 어느 가게 앞에서 깜찍하고 귀여운 맛에 흠뻑 반해 그냥 가면 될 것을 무슨 미련이 있다고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누가 와서 엎어가도 모를 정신으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던지 지금 생각하면 귀신에 홀린 듯 혼미하게 떠오른다 그 가게 앞에는 이미 많은 여자가 밀집해서 아우성으로 이름 모를 신발에 대하여 알아본 것인지 아니면 알아보려고 온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입술에 침을 발라가며 구경하고 있었다 내 생각에도 정도라면 정말이지 보기만 해도 침 발라진다 싶은 욕심을 부렸니다 귀엽고 깜찍한 것이 꼭 내 발에 조여올 듯한 것이 감질나게 좋은 것이 가슴 벅차게 어려웠다 혼자 신발 하나 놓고 신선놀음에 푹 빠진 것이다 바로 이때 옆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다 "아저씨 어그 ~" 순간 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어그, 어그 ~ 뭐야" 하는 마음에 잔뜩 눈에 힘을 주고 부라리며 바로 옆으로 눈길을 돌렸다 알고 보니 그 말은 여자 손님이 가게 주인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뭔가지 없는 아가씨네 싶었는데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액땜했다 싶은 마음으로 돌아서면서 보니 뻣뻣한 종이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어그 10000원 "어그 진작 말하지 짜증 붙게 그걸 지금 말하고 있어." 중얼거리며 나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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