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아릿하게 서린 밤 가을 맛이 낮보다 밤에 더 익는 향기가 감나무에서 혹은 밤나무에서 솔솔 나부낍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르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동해온 듯한 착각에 빠져 타임머신을 꿈꾸게 됩니다 좌우지간 가을 그리고 밤에 뒷산을 바라보고 서 있으면 뚜두두둑 뭔가 아니면 누군가 떨어지는 소리가 아스라이 달빛이 새어들어 가는 가운데 들립니다 때로는 참나무 아래에서 누군가 강하게 못 박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만약 이 가을 내가 꾸밀 수 있다면 어슴푸레하게 하늘에 떠 오싹한 기운을 감돌아내는 더 달부터 채워달라고 하고 이 땅에 밤도 다 채워달라고 해서 순수한 밤만 열리는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챙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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