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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표현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585 등록일: 2012-05-02
표현
 海月 정선규

자작나무 숲으로 바람이 젓가락처럼
굽혀져 들어가 휘파람 일으킵니다
마지막 잎 모양까지도 다 바친 몸인데
그 영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듯이
앙상한 나무 붙들고 쟁탈전 벌입니다

고난의 난이도가 숲을 감돌아
칡넝쿨처럼 나무마다 매달려 흔들어
신나게 보채어갑니다
가지는 꺾어지고 줄기는 기웃뚱기웃뚱
고난의 표현을 보니 더는 버팀목이 없어 보입니다

애써 부인하려는 저항의 강도가 약해져 가고
숲은 어찌할 줄 몰라 윙윙 이는 세상의 한구석 고난이
온전히 자리 잡고 앉으려 할 때 바람도 지쳤는지
온몸을 비틀면서 주저앉아 병들어 들것에 실려나가고
자작나무는 머리 들고 두 손들어 서서 평안한 안식의 기도로
빠져들어 말없이 받아들여갑니다.

아버지께서는 그가 설 땅에
그를 보존케 하시는 뿌리로 허락하셨습니다
놀라운 감동의 역사는 믿음의 새 페이지
돋아나는 새싹으로 다시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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