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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가만히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216 등록일: 2012-04-20
가만히
 海月정선규


지친 몸 이끌고 덧없이 걷다가
이름없는 마을 구석 한 자리
쓸데없는 빈 그릇 하나 굴러다니는
몰골로 천대받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약손 저어 아픈배 쓸어내리듯 자꾸만
보듬어 오르는 한 아름 가까운 슬픔 들

더는 뭐라고 말할 수 없어
될 대로 되겠지 돌아서서 시간없는 자의
인상적인 충동으로 몰려와 내뱉어지는 의지가
포기의 말로 타올라 사위어가는 불꽃 같은 심정
장작도 너무 슬퍼 야위어 깡마른 채 태우지 않으면
바람도 불지 않는 도움 주지 않을 것 같아!


습관처럼 튀어나오고 마는
주여 외마디 섞어 깃발 들어 굳게 표명하는 얼굴로
두 눈감고 맞아들 일수밖에 없는 임종처럼
잘려나가는 순간 번뜻 깨닫는다
어려울 때 부르는 누군가 그를 내가 의지하고 있음을
그를 기다리는 조용한 마음으로 의지해 나가는 것이

맡김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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