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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우리 동네 미용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2634 등록일: 2010-10-06
우리 동네 미용실 海月 정선규 

주인도 없이 간판도 없는 
우리 동네 작은 미용실이 된 연못에는 
바람 같은 아줌마 서래 질이 미용한다 

아침부터 술렁술렁 가위 손의 머리 타는 
소리가 한 박자 놓친 어느 무명가수 시절의 
음치 한 소절처럼 연주되면 

라면공장 사장 사모님이 되고 싶어 안달하는
동네 아줌마들이 제비 뽑히듯 속속 들어와 
이 집 파마의 자연스러운 곡선미 옮겨 담은 

양재기 연못의 잔잔한 물결을 연상시켜 주는 
곱슬한 특수파마 주문하는 면장 사모님의 말씀으로 
간판 없는 미용실 이름을 따다 살짝 추켜세워주면 

우리 동네 아줌마들 머리는 동구 밖 양재기 연못 
고고한 잔 결로 수놓아진 낯선 위엄을 갖춘 농촌 여인네의 
숙연한 삶으로 인생을 머리에 떠올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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