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비
海月 정선규
4월이 봄으로 다가왔을 무렵
이른 새벽 봄비는 중얼중얼
콩 볶는 말을 주워 삼키며 숨넘어갈 듯
아스라이 잔잔한 파도를 지피며
내 잠결 속으로 쓸려 들었다
운명 같은 새벽 비의 망상에 사로잡힌 채
나는 물 위로 떠오르지 못한 채 소경이 되어
보이지 않는 새벽 비가 코앞을 스쳐 떨어지는 양
마음에 떠오르는 그림을 그리며
소리만 들어야 했다
이것이 인생일까 봐
이것이 보이지 않는 길인가 봐
감질나는 빗소리는 아른아른
귓가에 마른 장작불을 놓으며
활활 타오르는 마음은
넉넉하게 자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