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머니의 삶
海月 정선규
서산의 해넘이 아래
칠흑 같은 어둔 밤
엄마의 라면 심부름으로
집 밖으로 나온 어린아이가
까마득한 어둠을 뚫고
골목길을 갈 때
그는 생활의 염려에
고개 숙인 채 죽늑들었더니
아이를 보는 그 찰나적인 순간으로
아이를 안고 정신없이 달리고 달려
긴 터널을 지나 유괴범으로 나왔고
그는 삶의 뒤안길에서
아주 간단하게 쓴 편지 한 통을 어머니께 보냈으며
그 어머니의 삶은 아들에 등을 평생토록 바라보며
한 가닥 위로의 손길로 보듬어 오르는
긴 삶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