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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꽃 소리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346 등록일: 2012-02-27
꽃 소리
 海月 정선규        

거룩한 주일
주님도 말이 없으신 아침
가만히 말아두었던 멍석을 생각하듯
얇게 퍼지는 햇살이 얄포름한 투명색으로
나풀거립니다

교회 마당
햇살이 찾아 들어간 곳
목련꽃이 하얀 목덜미 내밀어 온다 했더니
그새를 못 참아 눈부신 피부 두 주먹 꼭 쥐듯
조금씩 오므라든다 하더니 툭 하고 떨어집니다

땅 어딘가 누구에 대한
손과 발에 대못 치듯 중력 실어
떨어지는 꽃 소리가 소름끼치듯
탕하고 두드려 박는 망치 소리처럼
그날로 되살아납니다

목련꽃의 날카로운 모서리
얼마나 아플까
아무 죄 없이 어린양의 말 없는
순종만 고집하여 드러내는
그 땅의 아픔 십자가 아래 내가 그를 바라봅니다

엘 리 엘 리 라마사박다니
주님이 마지막 전하시는 꽃 소리가
그리스도의 향기되어 내 영혼으로
모아져 흡입되는 감동의 물결
그는 영원한 구원을 피우신 십자가 나무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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