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방귀 뀌는 소리가 이렇게 감미로운 예술이라는 것을 나는 오늘 처음 알았다 평소 같으면 냄새도 맡기 싫어서 코를 막고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비켜가고 있을 텐데 오늘 내 역사의 흐름은 색달랐다 가로막힌 화장실벽 너머 또 다른 화장실에서 뿡 하고 방귀 뀌는 소리에도 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한 자태를 자랑하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으니 이는 고약한 방귀 냄새가 가로막힌 벽을 뚫지 못하였음이리라 보통 나는 매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부터 들러 볼일을 택하는데 평소에는 구멍에 해 뜰 날을 갈망하듯 조용하기만 한 옆방 화장실에서 고장 난 수도꼭지를 잡아 틀고 있는 것일까 내 귀를 매우 자극하는 쇠를 찢는 듯한 삑삑거리며 예리하게 돌아가는 굉음이 감돌았다 온전한 내 귓속의 고막이 금방이라도 찢어 듯하여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면서 나는 볼일도 그친 채 어쩔 줄 모르고 귀를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토라지기라도 한듯 가지런히 변기 위에 앉아서 거울을 마주하던 내 태도는 어느새 짜증이 났는지 아니면 더는 못 견디겠는지 비스듬히 몸의 균형을 바꾸어 화장실 출입문 쪽으로 돌아앉아서 중얼거렸다 "누군지 몰라도 참 대단하다 나 같으면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쓰러 넘어지겠건만 외골수인지 그래도 저 죽을 줄 모르고 저토록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 끝내 나는 혀를 끌끌 차기까지 했는데 내 말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갑자기 조용했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양 적막을 깨고 화장실 너머 벽 너머에서 뿡 하고 가스 빼는 소리가 바이올린을 켜듯 아주 오랫동안 가늘게 늘어지면서 조금 조금씩 여운을 남기며 자지러지러 듯 숙연해지고 있었다 화장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소리는 묵직하다 못해 웅장한 맛을 가미시켜 놓고 있었다 단박에 가스 배출을 마치면 좋으련만 내 바람과는 달리 두 번 세 번 자꾸만 거듭되는 것이 아닌가 드디어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내 귀에 하나 가득 채워지다 못해 아주 충만하게 틀어박히는 것만 같았다 "거참! 누군지 몰라도 아침부터 공사가 다망하시구먼."하고 나는 투덜거리고 말았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볼 일을 다 보고 방으로 들어와 텔레비전 앞에 앉으니 나도 모르게 왠지 뿡, 뿡, 뿡 세 박자 리듬이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그 기억은 정신 못 차리게 나를 과격하게 공격해와 꽃혔다 급기야는 내 몸 곳곳에서 뿡 하는 소리가 한 번 팅길 때마다 소름이 확 끼치는 닭살이 돋는 듯하는 그 진기한 맛을 봐야만 했다 도대체 왜 이럴까? 내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닐까? 시간은 지탱하면 할수록 생각은 깊어가고 나는 끝이 없는 미로 속을 거닐어 가듯 하는 괴로움에 목이 말랐다 인터넷을 통해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지식사전을 찾아보며 머리를 쥐어짜 가면서 생각을 해보았지만 좀처럼 쉽게 해방을 맞을 수가 없었다 시작은 있으나 끝이 없으니 화장실에서 볼일만 보고 뒤처리도 못 하고 나온 것만 같은 아주 찝찝하고 느끼하다는 그런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정말 미치지 않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은 마음이 들 정도였는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든가 나는 시나브로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줄기를 잡았다 "그래 바로 그거야. 달팽이 말이야." 뿡 하는 소리를 가만히 생각하며 다시 곱씹으면서 빛의 파동처럼 매우 세미 하게 울리며 선율 가에서 이는 파도 같이 넘실거리는 형상을 떠올렸다 그리고 또 다르게는 뿡 ~~하고 매우 세밀하게 스쳐 가는 소리는 마치 얇은 종이 한 장이 둘둘 말아 두루마리가 되어가는 듯한 환상을 생각하는 사이 내 귓속 소리의 미로인 달팽이관을 따라 속절없이 돌고 돌아오는 소리의 감촉에 젖은 채 달팽이 집을 훔쳐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 귀는 달팽이 집이네 싶은 마음에서 내 귀는 간질간질 감질나는 전율이 온몸으로 퍼져가고 신들린 사람처럼 온몸을 마구 흔들어댔다 이렇게 색다른 오늘을 내일이면 어제라는 마음의 밭에 심심치 않게 묻어두고 생각날 때마다 매일 돌이켜 생각하고 보화처럼 캐어 즐기는 삶으로 살아가리라 다짐하면서 그래 역시 옛말에 하나도 틀린 것이 없음을 알게 된다 어쨌든 사람은 잘났든 못 났든 좌우지간 오래 살면서 시간의 간격을 먼저 알 수만 있다면 모든 장래의 일 신비로운 비밀을 알 것만 같은 아주 오묘하고도 매우 이상야릇한 봄이 내게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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