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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개울가에서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898 등록일: 2012-01-30
개울가에서
 海月 정선규

희미한 달빛이 머물러 선 개울가
물 덮어 노닐던 피라미도 어딘가 있을
잠자리 찾아들어 이젠 아무도 없는 적막한 밤
넘실넘실 잠잠히 접혀가는 돌돌 말리는 개울소리

어찌나 그 소리가 똘똘한지
귀에 못 박히듯 탁탁 꽂혀 드는데
물속에 아직 설거지 못한 금쟁반 위로
하얀 꽃잎이 날카로운 밑동 질로 미끄러져
내리듯 툭 하고 떨어진다

마치 그가 모든 사람의
죄와 허물 다 짊어지고 가셨던
사랑 십자가로 연상해 주듯
개울가의 밤은 주체못할 은혜로
새벽이슬 모금이 뽀얗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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