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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관

 
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268 등록일: 2012-01-12

 海月 정선규

비둘기 한 마리가
실오라기 같은 하얀 깃털을
우아하게 입고는 하늘을 가르며
내 머리 위를 보듬어 날아가는 것에서
생각의 옷 한 벌을 나는 장만했다

굽이굽이 돌고 돌아 트림이 나오는
시골 길을 미끄러지며 질곡을 사위어 달려오는
시골버스를 보며 내 삶의 질곡이 꺼억 꺼억 일어나
담백하게 휘도는 길을 꺾는 찰라 바다의 돌고래처럼
하늘 높이 뛰어올라 공중을 누르고 흔드는 감흥에 겨워
파르르 내 영혼이 진저리치며 깊이 잠들었다

이윽고 온유한 성품에 몸을 편하게 단장하는
품위에 스스로 위로할 줄 아는 때를 갈아입고
위태한 때를 아우른 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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