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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집 아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755
등록일:
2012-01-05
과수원집 아들<BR> 海月 정선규<BR><BR>아버지를 바라보면서 <BR>과수원을 보았고<BR>한 그루의 사과나무에 <BR>내 마음의 창을 내었다<BR>사과나무에는 벌레 먹은 사과 <BR>진딧물이 앉은 사과<BR>아직은 풋풋하게 <BR>작은 모습으로 <BR>오붓하게 매달린 사과에 <BR>작은 바람이라도 일면 <BR>촉각을 곤두세우고 기다렸다는 듯이<BR>안 떨어지려 딸랑딸랑 화음을 넣는 사과와 <BR>곧 떨어질 것 같이 얼씨구 좋아라 <BR>술렁술렁 바람결을 타면서 마구 몸을<BR>흔들어대는 아주 못된 사과가 <BR>거대한 자연의 품 안에서 가을 햇살을 갈라 당겨 신고는<BR>오롯이 거닐어 가다 한때는 쫄딱 비를 맞고<BR>또 한때에는 눈을 왕창 맞으며 <BR>이파리에 볼을 살며시 비벼대는 <BR>바람의 소소하게 작은 짓 하나에서도<BR>그들은 푸르고 붉은빛으로 부대끼며<BR>휘어지고 부러지는 가지에서조차도<BR>사과를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BR>끌어안고 시들어가는 고단한 일상에서<BR>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서서히 말라가는<BR>저항과 대항을 잦아내면서 <BR>언제부터인가 고단한 삶으로 <BR>시달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백성으로<BR>불리면서 대자연 속에서 흐르는 <BR>대혈맥을 통하는 자신 스스로 지키는 <BR>표현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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