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벽을 보면 그리움이 배어난다 새를 걸면 먹이 주는 이가 없어 여유로운 외로움이 극성으로 탈것이고 겨울 풍경을 걸자니 너무 추워 얼어붙을 것이고 이러고 저러고 망설이다 그 겨울 스치는 바람의 언저리로 성성해질 것이다
사브작 사브작 겨울에 내리는 비가 있는 오후 우산도 없는 어느 소녀가 자동차에서 내린다 긴 머리는 말 고삐처럼 바람의 손에 머물러 있고 어디에서 많이 본듯한 해맑은 미소를 살짝 흘리며 하늘의 어깨너머에서 떠오르는 태양처럼 언덕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오빠 생각으로 깊이 잠겨 있다
바로 이 그림이야 망치를 들어 못을 쿵쿵쿵 때리건만 못은 온 힘을 다해 볼록 퉁겨져 나오고 나는 입버릇처럼 지랄하고 자빠졌네 흉보듯 못을 나무란다 정말 이래도 되는가 못을 때리는 내가 도저히 벽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겠다는 못의 대항에 지랄하고 자빠졌다니
그 소녀가 보기에도 정말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내게 끌리는지 얼굴에서 살짝 토라져 미끄러져 나가는 듯한 광활한 큰 미소가 배어 나오는 것에서 나는 행복은 아주 못 되게 지랄하는 괘씸한 놈의 버르장머리에서 나오는 소행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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