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5시를 조금 넘기면서 거리에는 온통 어둠으로 물 들어가고 있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쏟아지는 어둠을 밤의 풍경으로 양치기 소년처럼 조심스럽게 잘 몰아가고 있었다 선화동 강변예식장 앞에 이르면서 빨강 신호등을 켜듯 하나 둘 포장마차에 불이 들어온다 나는 그랬다 정말 긴긴 겨울밤을 싫어하는 마음을 추슬러 집으로 돌아가는 듯 잘 가다가도 어느 순간 어느 시점이 오면 여우 살림살이 같이 얄팍하게 죽 끓는 마음을 끌어안고 어둠을 피해 포장마차에 숨어들어 가 이상하게도 날씨가 추우면 추울수록 더 기가 막히게 감질나는 입천장으로 달라붙는 촉감에 카 ~ 카 ~ 연신 소주 한 잔에서 터져 나오는 서민이 안도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던 추억의 그 시절이었다 남들은 혼자 술 마시는 게 싫어서 가지 싫다는 친구까지 침 발린 소리를 하면서 강제로 둘러업고 허겁지겁 달려가곤 했지만 나는 상황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 살짝 빠져 포장마차에 들러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어묵 국물이 보글보글 추위를 타고 시원스럽게 피어오르는 그 앞에서 청승맞게 홀로 앉아 소주 한 병에 그렇게 좋아하는 오징어 낙지 조개 해삼 중의 하나를 콕 찍어서 시켜놓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사람 사는 세상 돌아가는 냄새를 맡는 일에 열중하면서 내 이야기 받아줄 사람은 없어도 내가 들어줄 이야기가 있다는 뭉클한 사실에 내 심장의 펌프질은 가늠하지 못하게 높이 뛰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차디찬 소주 한 잔을 마실 때 너도나도 가리지 않고 깊이 혀 죽여내는 소리가 카 ~ 카 ~ 거리고 나타날 때 사람들의 표정은 속절없이 달라졌다 뭔가를 음미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그 순간의 짜릿함을 빌미로 즐기는 듯한 아주 험상궂어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내가 전혀 가늠하지 못할 그 어떤 경지에 깊이 심취되어 가는듯하더니만 아뿔싸 술이 사람을 먹은 지라 횡설수설 취해서는 떠들다 꼬르륵 깊은 잠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글쎄 뭐랄까 인생, 참 재미있다 싶으면서도 오랫동안 아주 지친 채 살아가는 강하지도 못하면서 강한 척 버티고 견디며 존재하는 양면성에 직면했다 재미있다, 좋다, 만족스러워야 하면서 한편으로는 해학적인 푸념에 짓눌려 가라앉아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그저 무의식으로의 초대를 꿈꾸고 만다 인간은 결국 어떻게 살든 살고 있든지 절대 온전하다기보다는 절대적인 보조관념 적인 그림자로 살아가는 삶에 최고점을 지향하는 연약한 존재성을 부여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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