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편안한 걸음으로 오고 계시는지 바람이 불어도 구김살 없이 피어오르는 올마다 향불에 꼬던 새끼줄은 여느 때처럼 기지개 활짝 켠 오른손으로 천장을 떠받는다 제사상 위로 음식이 차려지자 어머님은 하얀 소복을 정갈하게 추슬러 입으시고 긴 머리에 비녀를 꽂은 채 안개 핀 숲을 가로질러 안방으로 걸어 들어오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삶과 죽음은 죽었다 깨어날망정 물과 기름이라 도저히 섞일 수 없다는 거스르는 지식을 품어야 하는 그 무엇이 깊은 내 마음 한구석을 걷잡을 수 없게 돌이킬 수 없는 헤어나지 못할 무아지경에 뻣뻣한 상념의 자태를 보이고 말았다 오직 삶만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일까? 죽음은 왜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찾아오는 것일까 죽음의 근성은 오직 먹기 위한 근성인가 죽음을 옆에 놓고 과묵하면서 아리송하게 피어나는 형상은 알 수 없는 영역의 경이로움만 앙상하게 남을 뿐이다 삶에서 죽음까지의 비밀 통로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가 섞이는 향불은 왜 그렇게도 침묵의 시위로만 엮어지는 것인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아련하고도 아득히 멀리 삶에 시야에서 가지런히 벗어나 당돌하게 돌아서 가는 숨 막혀오는 이별을 고아내는 삶의 뼈대는 불평등한 죽음을 몰아낸 듯 잠깐 인연을 맺어 삶과 죽음을 신비로운 극치에 올리고 만다 어머니 제사 때만 되면 아주 자연스러운 경이로움으로 영원한 안식의 반열에 나를 오르게 하는 그 신비로운 감성의 극치에 마른 침을 꿀컥 삼킨다 이미 삶과 죽음을 갈라놓고 조용히 이루어지는 일상의 끝에서 결국, 충실한 내 마음은 부활의 일상으로 이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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