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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오늘 세 번 웃다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715 등록일: 2011-11-20
오늘 세 번 웃다

요즘 사람들은 배가 많이 나온다
특히 40대 남성들의 뱃살이 돈독한 것 같다
최근에 내가 잘 아는 형 한 사람을 시내에서 만났는데
예전에 볼 때보다 요즘에 더 나온 듯
그야말로 남산을 세웠다
나는 형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 물론 유별나게 튀어 오른 곡선미에 매료되어
아주 참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이제는 때가 됐다는 양
조금도 망설임 없이 나는 형한테 말했다
"형 잠깐 누워 봐"
형은 나를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면서 말했다
"네 눈에는 내가 아무 데서나 잘 사람처럼 보이느냐?"
순간 나는 와락 정신이 들었다
나는 마음으로 외쳤다
"앗! 실수"
나는 얼른 형 눈치를 살피며
"형 미안해" 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배롱배롱 웃었다
아! 그 옛날 고봉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아버지 밥만큼은 주걱으로 꾹꾹 누르고 눌러가면서
정말 저게 밥인가?
무덤인가 싶을 정도로 밥으로 봉분을 만드셨다
그 생각을 하면서 만약 형이 어딘가에서 눕는다면
고봉밥 한 그릇으로 거듭나리라
신선한 상상에 눈이 번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술 더 떴다
형은 누웠고 우리는 각자 수저 하나씩 들고
빙 둘러앉아 있을 법한 상상에 마음이 들떠 있었다
누구한테도 말도 못하고 그저 혼자 상상하고
혼자 미친 사람처럼 뒤돌아서서 피식 피식 입안에서
김 빼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내 옆을 바라보니
이건 또 웬 횡재란 말인가?
이번에는 도토리 형이 있었다.
아주 짧게 바짝 자른 스포츠머리에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나는 또 남모르는 미소를 지었다
가만있자
밑에서부터 위로 차츰차츰 위로 쳐 올라간
스포츠형 머리를 보다 보니
결국 또 못 볼 것을 본 것일까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외칠 뻔했다
"형은 도토리야" 하고 말이다
안 그래도 늘 형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유난히 타원형으로 둥글둥글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는데 역시 바로 이것이었다
길쭉하게 쭉 뻗은 뒤태에서 머리를 밑에서
위로 점차 짧게 잘라 올라가 손으로 만지면
매우 까칠할 듯한 느낌이 든다
도토리가 그런데
나무에 달린 도토리를 보면
꼭지가 달린 쪽으로 천상 모자인지
바구니인지 싶은 껍질이 열매를 담고 있다
길쭉한 타원형을 하는 도토리
그 껍질을 손으로 살짝 보듬어주면 울퉁불퉁한
정감에 까칠까칠한 손맛을 준다
짧게 잘려나간 형의 스포츠머리를 보니
그 도토리 껍질이 생각난 것이다
만약 그것을 입으로 씹어 먹는다면
오돌오돌 뼈를 씹듯 감미로운 생색을 낼듯하다참
오늘 재미있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하늘에 날아가는 참새를 바라보며 탓하는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연이어 웃기는 사건이 또 터졌다.
옆에서 누가 나를 툭툭 쳤다
나는 불쾌하다는 듯 볼멘소리로 말했다
"누구야" 하고
그런데 이런
우리 이웃집 아저씨였다
평소에도 수다를 잘 떠는 분인지라
우리는 떠버리 아저씨라 부른다
그런데 이 분이 또 내 배꼽을 빠지게 한다
다짜고짜 내게 묻는다
"너 오늘 점심 먹고 약 먹었어."
나는 피식 웃으며
"예 먹었어요." 했다
아저씨는 다시 내게 물었다
"그럼 물은 먹었어."
다시 나는 대답했다
"예 먹었습니다."
아저씨는 무엇을 노렸는지 얼굴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야! 나는 약은 먹고 물은 안 먹었어."
나는 그 자리에서 아저씨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저씨 도대체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거예요."
하고 물었더니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히죽히죽 웃었다
이게 뭘까?
찰라 나는 낚아챘다
"아! 그거요
아저씨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자 아저씨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넉살 좋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주 간단하네요
그러니까 약은 먹고 물은 안 먹었다는 말씀은
아까 약을 드실 때 물을 컵에 따라 마셨기 때문에
이는 마신 것이지 먹지는 않았다는 말씀이시지요
저도 그렇게 살아요
약 먹 때에는 물을 컵에 따라 들이키고
국을 먹을 때에는 수저로 떠먹거든요."
아저씨의 생각은 참신하면서도 신선한 칼바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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