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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업둥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901 등록일: 2011-11-11
업둥이
 海月 정선규

세상 살던 중
어디로 가는지 몰라
방활 할 때 하얀 눈이 흩날려
그나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있을 때

겨울 찬 바람
소용돌이 휘돌아 곳곳마다
잡동사니 납치해 가듯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던 날

그래도 태양 아래
작은 쪽방을 생각하듯 깃들어 있던
경주 공설운동장 잔디밭에서
폴짝폴짝 튀어 올라 늦겨울로
맞물려 따뜻했던 그날의 구석

마음 사르르 녹여가듯
덧없이 추위로 잠들었을 때
당신은 꿈길에서 날 업으신 채
하얀 눈 위로 걸음 떼시는데

내 발자국은 온데간데없이
당신 혼자된 느낌으로
하염없이 걸어가셨다
기다렸다는 듯이 
내 어려움의 조건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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