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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바구니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663
등록일:
2011-11-04
틈바구니 海月 정선규
뉘엿뉘엿 서쪽 하늘 털갈이하여
서서히 잠기는 해를 배웅하는데
구름 위에서 엎질러지는 붉은 노을은
이윽고 무거운 짐을 손수레에 싣고
숨 가쁘게 언덕을 오르는 듯하고
가물가물 밀려오는 어둠은 손수레 뒤에서
말없이 힘있게 밀어주는 나그네처럼 된다
시간은 바람에 너울너울 나부껴
저녁과 밤을 갈라놓고 멀어지는데
왠지
한 송이 들국화 옆에서
나는 아직 활짝 피지 못하고
시간이 멈춘 듯 아직 반쯤만 피었을까
말았을까 범직한 들국화
옆모습만 바라보는데
밤은 차츰차츰 흘러가고
가까이 오는 새벽의 길목이 있는
그 사잇길에서 막 피어오르는
그 길 끝을 햇빛이 화사하게 날리는
날에 아침도 발견하고 비 내리는 날의
아침도 엿보는데 이상야릇한 향기를 묻히는
피는 여운으로 가랑이 같은 사이에서
하늘을 바라다본다
그리고 자꾸만 길게 나오는
독백은 오랜 추억의 그림자가 되어
시공에 틈을 가른다.
틈바구니 海月 정선규<BR><BR>뉘엿뉘엿 서쪽 하늘 털갈이하여<BR>서서히 잠기는 해를 배웅하는데<BR>구름 위에서 엎질러지는 붉은 노을은<BR>이윽고 무거운 짐을 손수레에 싣고 <BR>숨 가쁘게 언덕을 오르는 듯하고<BR>가물가물 밀려오는 어둠은 손수레 뒤에서<BR>말없이 힘있게 밀어주는 나그네처럼 된다<BR><BR>시간은 바람에 너울너울 나부껴<BR>저녁과 밤을 갈라놓고 멀어지는데<BR>왠지<BR>한 송이 들국화 옆에서<BR>나는 아직 활짝 피지 못하고<BR>시간이 멈춘 듯 아직 반쯤만 피었을까<BR>말았을까 범직한 들국화 <BR>옆모습만 바라보는데 <BR><BR>밤은 차츰차츰 흘러가고<BR>가까이 오는 새벽의 길목이 있는<BR>그 사잇길에서 막 피어오르는<BR>그 길 끝을 햇빛이 화사하게 날리는 <BR>날에 아침도 발견하고 비 내리는 날의 <BR>아침도 엿보는데 이상야릇한 향기를 묻히는 <BR>피는 여운으로 가랑이 같은 사이에서<BR>하늘을 바라다본다<BR><BR>그리고 자꾸만 길게 나오는<BR>독백은 오랜 추억의 그림자가 되어<BR>시공에 틈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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