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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강 건너 불구경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923 등록일: 2011-11-01
강 건너 불구경
 海月 정선규

어느 가을 녘
고욤나무 아래 낡은 갈색 잎에
업혀 아주 작은 손짓으로
사람 약 올리듯 홀리는 듯
어찌나 자리 잘 잡았는지
햇살이 조금도 비켜나지 못할 만큼
빼곡히 내리눌러 앉아 반짝이는 서리 빛
알알이 탱글탱글 영글었습니다

가만히 서서 내려보다
너무 요염하기도 하고
영글었다 싶은 강렬한 마음 앞세워
허리 바짝 굽혀 이삭줍듯 하려는데
놀란 햇살이 뇌리 깐 생각으로
깨어 부수는지 눈시림으로 정신 못 차립니다

불현듯 당신의 빛이 너무 거룩하고 영광스러워
말도 못한 채 더는 가까이할 수 없는 순간
난 자지러지는 듯한 마음뿐으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는데
바라는 생각으로 곁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신만 온전히 의지하는 나를 가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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