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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지구의 저편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211 등록일: 2011-10-16
지구의 저편

가을비 내리는 밤
창 밖을 바라보니
중얼중얼 옹 앓이 하는
빗소리만이 아스팔트 위를 건너 가로등 불빛 아래 흔들리고 있다
바로 그때 맞은편 아담하여 소박하게 보이는
집 거실에서 화들짝 불이 켜졌다
순간 나는 생각했다
"오늘 밤 누군지는 몰라도 잔뜩 술에 취해 새벽 3시가 넘어서야 때 뒤늦은 귀가를 했군
모르긴 몰라도 내일 아침이면 마누라 바가지에 악착같이 긁히겠지." 하는 마음에
"사는 게 다 그렇지." 싶게 묻어나는 미소에 내 얼굴을 밝혔다
하지만 이것도 잠깐 나는 환하게 불 들어온 그 집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에 마음을 주었다
"저 집은 분명히 지구 안에 있고
지구는 저 집을 안에 두고 있는데
저렇게 뜨거운 불빛을 사른다면
지금 지구는 깜짝 놀랄 거야
왜냐하면 꺼져 있던 불이 반짝하고 들어왔으니
가시로 방석을 찌르듯 별안간 속이 얼마나 아프거나
청양고추를 집어먹은 것처럼 속이 얼마나 화끈거릴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사색의 장을 넓히고 있었다
만약 지구를 사람이라 생각한다면
무슨 병에 걸린 걸까?
위염, 장염, 위궤양, 십이지장염, 급성 대장증후군
아무튼 사람의 표현대로 살린다면
속에서 누군가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플 거야
말하자면 통증을 앓는 거야
정말 지구도 사람이었으면 얼른 약국에 달려가
속쓰림에 좋은 겔포스 혹은 알마 겔을 사 먹었거나
병원에 가서 위. 대장 십이지장, 내시경 검사를 하겠지
그리고 검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겠다
하지만
지구는 달라
병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의원이 필요한 거야
사람, 사람 말이야
사람이 절제하면서 점점 온전해진다면 풀릴 것을
사람이 문제야!
날이 가면 갈수록
잘 먹고 잘 살자 하는 세상은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험악해지고
사랑은 식어 서로 다투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죽음에 이른다는 절망의 병에 걸려 항상 일등은 자리를
지켜야 하고 꼴찌는 일등을 따라잡기 위해 죽도록 힘을 써야
살아남는 강한 세상이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다 이루기 위해서 다투어 경쟁하다
어느 날 불현듯 나도 모르는 시기는 불이 붙어 분별력이 자꾸만 떨어지더니
이내 합병증으로 커져 질투에 눈을 뜨는 세상살이는
항상 무엇인가에 마음이 쫓겨 답답한 마음은 조급해지고
끝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선.악 모두가 먹음직하여 탐스러운 욕망에 사로잡혀 이윽고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에 맛 들어 이성을 잃어 분별없는 욕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리라
지금부터 우리는 이제 선한 삶으로 악에서 온전히 보존하여
성숙해지는 우리의 멋진 인생을 은유로 살려 할 것이다
세상은 어지럽다
조금 전 시내로 나가던 중 목척교를 건너는데
한 젊은 여인이 거북이 등 아래 의자에 앉아 고함을 친다
"천벌을 받을 놈!
왜 때려 ~
나를 왜 때려~
내가 뭘 잘못했다고~
때려~."
여인의 모습 속에서 인생이 보인다
오죽했으면 가슴에 한이 얼마나 맺혔으면 저럴까?
저 여인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이구나
그렇게 살았구나 싶으면서 참다 참다 더는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와
저토록 아니 미치도록 아니 아주 미치게 했구나
하는 이름 모를 누군가를 원망하게 했다
이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험악한 세상 피 흘리기에 빠른 세상
선.악 과를 따먹음으로써 선을 버리고 악을 택한 세상
절제 모르는 언어에 무성한 숲을 이루고
넓은 바다에 나가 험하게 쏟아붓는 세상
사람이 살다 보면 때로는 의식하기 싫어
모든 것을 무의식으로 가라앉혀 놓은 채
그 기억조차도 하기 싫은 일에 대하여 또 하나의 색다른
욕망처럼 우리의 마음에서 울긋불긋 피워내는 것이 아닐까?
그래 사람은 모름지기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나는 일밖에 몰라
이것이 다 잊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라면
우리 옆집 아저씨는 모든 어려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또 어떤 중년의 남자는 부부관계 속에서 모든 것을 잊는다고 한다
창밖으로 50m 전방을 보니
50대의 건장한 중년의 남자와 역시 50대 중년의 여자가
어깨동무를 한 채 갈지 갈지 휘영청 흔들리는 걸음에
이끌려 봉선화 연정을 목이 터져라. 미친 듯이 부르며
모텔 골목으로 흘러들어 가고 말았다
잠시 조용한가 싶더니
한 젊은이가 소주병을 입에 물고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코 앓이를 하는 것인지 흥얼흥얼 콩이야! 팥이야! 신토불이를
외치며 지나가고 있다
저기! 저기 집 앞에서 30m 앞에 서 있는 가로등 아래
서로 부둥켜안은 채 바람의 독을 빨아 뱉어내듯
쪽쪽 거리는 소리에 밤 공기를 가르는데
오히려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살얼음판을 걷듯
가만가만 걸어가며 눈치를 본다
과연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또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반드시 모든 것을 잊고 싶을 때 쾌락을 좇는다
어쩌면 우리는 은유를 퇴색시킨 것이 아니라
인생을 은유에서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 신이 우리에게 준 돌발 퀴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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