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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온유한 발상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434 등록일: 2011-10-12

온유한 발상
 海月 정선규

온유한 발상 海 月 정선규

짓궂은 겨울바람이 날리는 눈발을
아무리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묻혀 놓아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서서 바라만 보는 나목

내가 보기에도 아쉬운 것 없는
삶인데 무엇 때문인지 나무랄  겨울바람인데
지그시 모른 척 받아줄 것 다 받아준다

아우른다는 것이 저런 마음일까.
이른 봄 가만히 꼭 쥔 아기 손가락 펴듯
내미는 이파리 볼 때 생각나는 것이 있다

세상은 아무리 시끄러워도
다소곳이 파릇파릇 소성하는 나무만의 성품은
온유한 생각을 주곤 한다

난 어쩌면 나무에서 온유한 성품을 가지는
발상을 얻어 임마누엘로 꿈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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