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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교회에 나가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8779 등록일: 2011-10-10


교회에 나가면

50대 중반 아주머니의 옷차림이라는 것이
누가 봐도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달리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깔끔하면서도 말끔했으며 수수한 차림에서
전형적인 서민의 삶이 덕지덕지 묻어났다
그러면서도 너무 소박하고 선해 보이는지라
우리 옛 어른들 말씀처럼
어디에 데려다 놓아도 법 없이 살아갈 듯한
기운이 해맑은 하루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수더분한 성품으로 말하자면
맏며느리 감이라 할 만했다
내가 처음 아주머니를 알게 된 것은 벌써 4~5년이 되었다
언제나 보면 볼수록 살이 펑퍼짐한 얼굴에서는
한없는 덕으로 흘러넘치는 것이 어느 시골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낙네 그 자체였다
뚱뚱한 몸매에 늘 우리 어머니가 즐겨 입고
밭에서 김매시던 몸 배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신발은 우리가 아주 쉽게 신고 벗는 파란색의 슬리퍼를 신고
빨간색의 가을 점퍼를 걸쳤는데 매우 따사로워 보인다고 할까?
그래서 나는 이를 다솜해 보인다고 한다
쌀쌀한 가을 날씨도 비껴가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기상이라고
말하면 맞을까
그래서 일까?
그 아주머니의 모든 일상까지도 한결 평안하게 보인다
집에서는 손자 손녀의 자상하고도 인자함이 가득한 할머니이겠고
밖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 순수한 영혼의 삶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어떤 남자의 아내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남편과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뒷바라지에 쉬지 않는 기도를 할 것만 같은 참된 인상을
소유하고 있었다
대전역 서 광장의 나무들이 갈잎으로 가을을 부지런히 쫓아 떨어질 때
아주머니는 입을 열었다
"이제 추워질 날이 가까운 것을 보니 없는 사람들이 더 어렵겠어요." 한다
나는 긴 한숨을 쉬며 거들었다
"맞아요. 없는 것도 서러운데 그나마 날씨까지 추워지니
참 세상 살기 어렵습니다."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주머니는 신세 한탄을 하듯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런 말은 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누워서 내 얼굴에 침 뱉는 격이지만
남들은 속도 모르고 아들이 셋이나 되니 용돈도 두둑하겠다며
자신들은 그런 자식도 없다면서 살기가 너무 어려워 교회를 다니며
돈을 받는다고 해요
하지만 나는 오늘까지 살면서 아들이 셋이나 되지만
그 어떤 아들에게도 용돈 한 푼 받아보지 못했어요
큰아들은 철도 공무원으로 있고
둘째 아들도 공무원이고
막내아들만 택시 운전을 해요
그런데 이 아들이 몸이 약해서 아파서 견디다 못해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만들어
임대 아파트에서 살아요
작년 겨울 아들네하고 대동 같은 집에서 함께 살았는데
아들네는 2층에서 살았고 나는 아래층에 살다가
집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바람이 불면 문틈으로 새어 들어와
손발이 부들부들 떨려 동상에 걸리겠건만 온수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집인지라 몇 번을 고민하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만들어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기로 마음 정하고 동사무소에 신청했으나
아들이 셋이라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생각다 못해 막내아들에게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만들어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라고 설득을 해서 결국 막내아들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를 만들어 임대아파트로 먼저 들어간 후
어머니같이 가요 하고 모시러 온 막내아들 손에 이끌려
지금은 아파트에서 같이 살고 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는지 몰라요
추운 것도 추운 것이지만
막내아들이 야간운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낮에 잘 때면 아들이 시끄러워 잠에서 깰까 싶은
조바심으로 심지어 식사할 때에도 손자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밥을 먹었어요
그러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약사 먹을 돈이 없어
아들한테 달라고는 못하고 그렇다고 내가 돈을 버는 처지도 아니니
꼼짝없이 앓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니는 교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매주 3만 원씩 주는지라
거기에 의지해 생활했었는데
고생을 한 탓일까?
갑자기 몸이 아프더니 8개월간 꼼짝을 못하겠더라고요
그 바람에 교회를 못 나갔는데 세상에 심방은 못 올망정
장기간 교회 출석을 하지 않았다고 못 준다고 하는데
참 기가 막히더라고요
어떤 이들은 진정한 믿음보다 전문적으로 돈 준다는 교회마다 찾아다니는데
그런 사람들은 주면서 몸이 아파서 못 나갔는데 끊었다니 정말 서운해요"한다
최근 나는 가는 곳마다 이런 이야기를 쉽게 듣고 있다
어느 교회,
어느 교회 권사가 혹은 집사가 자기네 교회 나오라는 말에
이렇게 덧붙인다고 했다
"우리 교회 나와 우리 교회 나오면 어려운 사람들이게 매달 10만 원씩 줘"
하거나 혹은 이것도 교회끼리 경쟁적으로 전도하면서 누구네 교회는 얼마를 주는데
우리 교회는 그보다 얼마를 더 올려준다는 말을 공연하게 하고 있다
그것도 알만한 사람들이 그렇다니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돈이 전도의 도구가 되고 있다니
이렇다 보니 멋도 모르고 돈 받으며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밖에 나가 이야기하고 있다
"개똥아! 우리 교회 나와 우리 교회 나와
받아먹을 건 다 챙겨 먹어야지 안 그래
한 달에 3만 원씩 줘 알았지."
돈벌이로 전락하고 있는 교회를 엿보게 해준다
이제 사람들은 돈을 받기 위해 꾸준히 교회로 들어오고
교회에서는 영혼구원을 앞세워 말씀도 아직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서운 착각을 심어주고 있다
이미 교회는 참된 전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교회 어디로 나가
우리 교회 나와 겨울에는 연료비 10만 원 준다
혹은 매주 만원씩 주면서 장로가 많이 전도해 오라던데"
교회가 심각하게 한 번 생각해볼 대목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돈을 따라 움직이는 철새 교인들만 늘고 있다
정말 이러다 나중에는 이사회의 구석진 가난에서
이런 물음이 나올 듯하여 두렵다
"당신 어느 교회에 나가 그 교회에서는 얼마를 주나?."
"당신네 교회에 나가면 돈 주는가?"
또는 당신네 교회에 나가면 얼마를 받을 수 있어?
교회가 돈벌이가 되지 않을까?
위험한 교회의 변질한 전도의 형태는
바람 앞에 촛불처럼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
전도에 돈을 개입시켜 많은 사람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돈으로 사람을 사서 자리를 채우
는 어리석은 모습은 아닐는지
이제 교회는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여 돌이키고 겸비하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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