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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꽃삽 어디 있지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977 등록일: 2011-09-26
꽃삽 어디 있지

"오빠 밥 먹었어."
물어놓고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꽃삽 어디 있지." 능청스럽기 그지없는
아는 여동생이 있다
매번 만날 때마다 말 섞을 적마다 오는 느낌이지만
어떤 말을 하든지 저 흘러가는 시냇물에 돌멩이 하나 던져
첨벙첨벙 물 수제비 떨궈놓은 채 달아나는 앙증맞은 모습에서
어깨에 긴말을 짊어진 듯 여운을 보인다
"오빠 어디 가." 하는 말을 들었는가 싶을 때면
말할 기회를 내게 주지도 않고
얼른 꽃삽을 뜬다
"꽃삽 어디 있지."
이럴 때면 나는 이런 생각에 잠기고 만다
도대체 그놈의 꽃삽은 언제 찾는 거야
하면서도 빙긋이 웃으며 동생이 내게 던진 훈훈한 말 한마디가
바람에 날아갈까?
가시밭에 떨어져 말라 죽을까
얼른 꽃삽으로 떠서
또 다른 아는 오빠를 보고는
"오빠 밥 먹었어."
"오빠 어디 가."
착착 켕기는 말에 이웃을 향한 관심과 사랑을
유쾌하게 던져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예쁜 동생이다
라고
어디에서 누구를 보든 낯을 가리지 않고
상냥하고 다정한 말투에 싹싹한 아가씨가 꽃삽에 관심을 뜨고
사랑으로 받쳐 들고 골고루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사랑의 메시지
전송이리라
말하자면 모든 이들의 마음에 사랑을 씨앗으로 심어 주는
전령사이다
아주 순백하고 고운 백합처럼 순결하게 와 닿는
인상 깊은 인사이다
나는 언제나 동생의 사랑만 받은 채 동생에게 변변한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언제나 누구 앞에서이든 능청스럽게 꽃삽을 찾는 동생을 보면
거저 사르르 흘러내리는 미소만 화답으로 보낸다
그럴 때면 동생은 나를 향해 둥글게 해맑은 함빡 미소를 지으며
어디론가 달려간다
좋은 사연에 좋은 말을 이웃 사람들에게 골고루 다 베풀며
살아가는 모습에 빠진 나는 무지개를 다리 삼아 건너가는 야릇하면서
기쁜 하루의 체험을 마친다
요즘 나도 이 말을 자주 쓴다
"꽃삽 어디 있지"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예쁜 꽃삽으로
내 사랑을 떠 얼른 그들의 마음에 전해 심기 위해서이다
아니 어쩌면 시너지효과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동생의 마음에서 피어나는 화원이 비밀스러운
솜사탕을 달콤하게 흘러넘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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