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해 아직도 서산마루가 서먹한지 다 기울지 못한 채 제자리 연 날리고 있을 때 새 나루 주방은 허리 펼 시간 없이 바지런하다 가만히 주방에 눈길 주다 보면 왜 그렇게 두 눈 시린지 지그시 감고는 7월의 새콤달콤한 포도 맛 은근히 감내하는 도가니 속 볼록 튀오는 목젖 몽우리 아래 너무 꿀떡 같다 은근슬쩍 알면서 주눅이 들어주는 목구멍에 숨기노라니 한송이 수다 핀 봉사자 미소의 향기 거저 들이켜 진다
뱃삯 없는 배표 한 장 아쉽지 않은 나루 주는 사랑 일렁일렁 밀려와 사위는 춤의 멀미로 받는 사랑 덩달아 어깨 수더분해 넘실거린다 꼭 가늠해 보듬어 나누어 주는 인생 무소유다 오늘도 물고기 한 마리 없이 뜬 물만 가득한 나루터에 나룻배 한 척 비워 잔잔하게 띄워놓은 새 나루
어느 때부터인가 구별 없는 사랑으로 스며오신 스님은 불교가 못하는 일 잘 받는다며 시주받아 다 맡겨 주고 연못에 핀 연꽃 둥둥 뜬 걸음 내어 가시더니 기능미화원 아저씨들 생활비 사랑의 빚 내어 모은 밑천 주시고 주변의 영세 상인들 새싹 봄 마중하듯 파릇파릇 돋아 싱그럽고 매끄러운 풀잎 이슬 맺힌 야채와 쌀 교회 앞에 살그머니 얼굴 없이 두고 가셨다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르게 흐르지 못하는 강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인생 사는 게 뭐 있나 잠시 거저 세상에 들려 빌려쓰다 가는 나그네 빈손 더 좋은 것 빌리지 못해 거기에서 거기 텃세 벗어나지 못한 가난의 굴레 그래도 자식들은 어디든 가서 먹고 살라고 먼바다 떠나보낸 늙은 홀아비 그토록 먼 길 돌아 비켜가길 원했던 실직의 고통이 빌붙었다 거리 살이 노천 낮은 풍경 오늘도 양같이 치느라 버거워하건만
다 하지 못하는 말 한마디 작은 곱 슬 맞아 하얀 김 틀어올려 한 끼 식사 힘내세요 다시 일어나세요 바람불어 생기 돋는 그날까지 더는 위로할 수 없어 숙연히 속 보이는 사랑 사람은 없이 살아도 그를 일러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이라 단아하게 일러주면 그저 고즈넉하게 들어 아기자기한 자신을 알아주는 덕에 취해 숨 가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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