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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고물상 사장님의 비밀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9646 등록일: 2011-09-18

고물상 사장님의 비밀

그 무덥고 짜증만 늘어났던 여름은 서서히
9월의 짐을 주섬주섬 꾸리는데
정말 죽기보다 더 싫은 길로 떠밀려 가는지
9월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에 차 있다
이 허전한 마음을 여름이 알아챘는지 억지로 가느니
지혜로운 여름은 시간에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여 보자 싶은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생떼를 쓰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와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 일하기에 아주 좋은 계절
가을의 향기가 묻어날 텐데
어떻게 된 일인지 올가을은 이렇게 여름과 가을을
가르기에 시간도 애를 먹고 있는가?
계절이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이다
9월 그리고 가을인지라
우리 고물상은 이제 막 일하기 좋은 때이다
여름에는 더워서 일하기 어렵고
겨울에는 추워서 일하기 어렵지만
봄 가을은 적당한 날씨에 일하기 좋아
그동안 더위에 밀려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을
하나 둘 가을바람에 힘을 실어 아주 활기차게 움직이는
일하기 제철인데 때아닌 가을 늦더위로 오늘도 뜨거운 태양 아래
맥 빠뜨려놓고 일하다 혹여 더위 먹을까
쓰러질까
시간의 눈치를 보듯 다들 그저 몸을 읊조리고 있다
때가 때인 만큼 속이 타는 사장은 오늘도 어제 한 말을
되풀이한다
"선규야!, 오늘은 선선하다.
오늘은 일하기 좋겠어."
18세 철없는 소년처럼 씩 웃으며 말한다
나는 사장의 해맑은 미소가 번지는 얼굴을 보며
"예 사장님 오늘은 날씨가 선선하여 일하기 좋겠습니다"
맞장구를 치지만 오전 시간이 9시를 넘으면서
은근히 하늘에는 햇빛이 내리쏘고 바람 한 점 없이
찌는 더위는 거미줄 치듯 발을 내린다
날씨가 더우면 더워서 사람들이 안 움직이니
장사가 안 되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사람들이
일을 못하니 또 장사가 안된다
날씨가 덥거나 비가 내리는 날이면 사장은
푸념을 늘어놓는다
"오늘 장사는 여기까지 인가보다
내가 고물상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우리 사장은 키가 작고 오기로 똘똘 뭉친 사람 같다
그러면서도 자신감이 넘쳐 흐르고 누가 보더라도
활발하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옛 어른들 말씀대로 별 중 맞은 편이다
그런 이미지를 굳히느라 그런 것인지
사장은 늘 전선을 벗기면서도 아주 잘게 토막이나 떨어지는
구리선 조각 하나까지도 끔찍하게 다 챙기는 알뜰한 성격이다
"이렇게 작은 구리선 일지라도 그냥 버리지 말고
다 주워담으면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런 것이 하나하나 모여
동한 자루가 되고 곧 돈이 자라는 거야."
하고 말한다
심지어 기판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알루미늄 조각까지도
다 챙기면서 한마디 한다
"내가 일할 때는 이런 것도 다 뺐어."
요즘 누구처럼 하루 십만 원 이상 안 되면 절대 안 움직인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한탕주의에 빠져 복권을 사고 마장을 가는
그런 사람들이 듣고 본다면 "그까짓 것 얼마나 된다고"
시답지 않게 비웃겠지만
우리 사장은 그런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생활철학을
지키며 살아가는 아주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누군가 내게 늘 말하기를
말끝마다 한탕 큰 것 적어도 하루 십만 원은 되어야
일하지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나를 볼 때마다 세뇌시키듯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했다
그 사람과 우리 사장은 말 그대로 극과 극을 달리고 있었다
내 평소의 생활철학도 작은 것으로 만족하고 노력을 다해
작은 것으로 크게 키우며 살아가 자이다
나와 사장은 어딘가 모르게 공통분모가 있는듯하다
처음에는 친구와 이 고물상을 시작해서
친구는 필리핀으로 사업하기 위해 떠나고
홀로 남아 꿋꿋하게 고물상을 지키는 남자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디든 물건 있다고 실어가라는
전화만 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노력을 다해
실어온다. 그리고
싣고 온 물건은 일일이 망치로 때리고 멍키스패너로 풀어 작은 신주 하나에
동 하나까지 일일이 쭈그리고 앉아 작업한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자신의 철저한 철학을 놓고 자신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자신을 깨뜨리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험하고 외로운 자아성찰과 인생의 틀을
창작하듯 깨어뜨리고 새로운 인생으로 다져가는 성공을
눈 앞에 놓고 있다
요즘 돈 독에 올라 온갖 불법을 자행하며
사업이라는 미명아래 정치라는 미명아래 돈의 노예로 팔려다니는
오늘날의 세태에 우리 사장은 참으로 본이 되는 사람이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다
자신이 노력하다 보면 하늘은 그 사람에 노력을 보고
스스로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할일이 있고 하늘이 할일이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니겠는가
남들은 힘들고 기름 때묻히기 싫어 피하는 고물상이지만
일은 힘들어도 그 노력의 댓가로 주어지는 하루하루 코 묻은 돈의
소중함을 알기에 기쁘게 일하며 활기차게 살아가는 인생이다
어제는 우리 사장이 술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어제는 우리 사장이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돈 벌 수 있는 것은 집에서 혼자 소주 한잔 마시고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그냥 자는 것이야."
하면서 호탕하게 웃는다
나는 이런 사장을 만나면서 많은 마음에 보석을 얻어가고 있다
좀 새삼스럽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때로는 습관처럼 생각하게 된다
요즘 사람들은 잘 먹고 잘살자고 말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무엇으로 살아가야
잘사는 것이며 또 잘살아지는 것인지
더 큰 과제를 안게 된다
잘 산다는 것은 결코 나 혼자만의 막연하고 지대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제발 누가 나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그 과정을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인간이 잘산다는 것은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인지
완전한 해답이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늘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늘 푸른 꿈이 된다
꼭 사람이 돈이 많아야 잘살게 될까?
아니 잘 살아지게 될까?
아니 잘 살아지는 것일까?
이 사회는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생활의 도구로 돈을 부리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나는 오늘 경륜장에 갔다 왔다고
어느 날 갑자기 부자가 된다면 잘 사는 것일까?
아니 잘 살아지는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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