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가을 하늘 아래 들녘의 곡식이 조금씩 누렇게 여물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저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태양의 눈에는 어떤 것으로 머물까?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을 보면서 보태지는 생각이 더 많을 것이라 믿게 된다 사람은 사람에 한계를 벗어나 볼 수 없지만 태양은 다를 것이다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나 똑같이 빛을 주고 있는 것이라면 곡식과 사람은 같은 사물이 될 것이다 다만, 곡식은 식물이고 사람은 동물이라는 차이일 뿐 곡식은 봄에 농사를 시작하여 가을이면 거두는 법칙이지만 사람은 80평생 90평생을 살기 위해 유아기를 거쳐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나 청장년이 되었는가 싶을 때 돌연 노년의 세월을 껴안아야 한다 곡식을 거두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을 거두는 것은 신의 운명이리니 사람도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성장과 더불어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역경과 실패와 좌절 속에서 절망을 맛보며 마음이 자라고 생각이 자라가는 것을 그래서 태양은 곡식이나 사람이나 거두는 곡식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그때 돌연 신은 날 부르고 나는 나를 거두는 신의 일 앞에서 홀연히 생명의 알곡을 거두는 하늘 곳간으로 들어갈 이미 마련된 시간이 있다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고 드는 날이 있어 반드시 나가는 날도 있으리니 자연을 통해 삶을 통찰하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태양을 마시며 자라는 곡식이나 태양을 마시고 살아가는 사람이나 태양은 신이 밭으로 만들어 심어놓은 세상의 모든 생명이 마지막 때에 거둘 곡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세상은 험악해지고 험난한 세상은 점점 사랑이 식어가고 온갖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는 가운데 생명의 존엄성은 떨어져만 가고 생명보다는 돈을 더 귀하게 여기며 돈을 신의 능력으로 여기면서 삶의 도구가 보다는 내 모든 것을 다 이루어가는 능력으로 대접하는 현실은 반드시 알곡과 가라지가 어우러져 진실과 거짓 두 개의 극의 모형을 이루어 선과 악으로 쌍벽을 쌓아 살아가고 있으므로 밭에 추수할 일꾼이 적다 한탄하고 있지는 않을지 진실을 외면한 채 삶을 외식하고 언제나 자신의 말을 달콤하게 포장하여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좋은 이야기에 빠르게 피 흘리며 쫓아가는 이 시대의 일만 스승은 있어도 어버이 같은 스승은 없다 때로는 곡식처럼 사람이 잘 되면 잘 될수록 자신의 마음에 합하면 합할수록 더 깊이 겸손해지며 자신을 겸비하는 참된 변화를 꿈꾸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성성해지는 교만은 그칠 줄 모르고 죽을 날 없이 영원히 살 것처럼 있는 것으로 베풀지 못하고 가진 것으로 남을 돌볼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의 앞길에는 반드시 신의 가을은 올 것이다 사람이 겉 사람과 속 사람으로 이중적인 구성을 이루고 있듯이 사계의 가을은 또 우리 영혼의 가을이 있음을 이미 말해주는 비밀의 때가 아니겠나 이 세상 가을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모형이고 곧 내 삶에 장차 영원히 이루어질 것들의 온전한 가을을 암시하는 실상이지 싶은데 즉 그림자 같은 모형일 뿐 참된 가을은 언젠가 찾아오리라 내 마음에 확정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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