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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자살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1051 등록일: 2010-09-28
자살

말끝마다 죽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친구가 그런 그를 보고 놀렸지요
말로만 매일 죽는다고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라고요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진짜 못 죽을 것이면 말도 하지 말라고요
그러자 이 죽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홧김에 말을 했지요
"그래 그럼 나 따라와 너 보는 앞에서 죽을게"
그래서 같이 따라갔지요
가서 보니 산 낭떠러지였는데
보란 듯이 죽는다고 그 낭떠러지 끝에 당당하게 섰습니다
친구는 그냥 설마 하는 마음으로 보고만 있었지요
그런데 그 죽는다는 사람이 한참을 기다려도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이때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그는 잠시 몸이 기우뚱거렸지요
그런데 이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휴 ~~ 죽을 뻔했네"
"바람이 나를 밀지 않았다면 진짜 죽을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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