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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의 작품읽기

정선규 시인
안개 피어오르는 아침에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082 등록일: 2011-08-23

안개 피어오르는 아침에

어느덧 8월도 중순을 넘어서면서
누가 묻지도 않았건만 냉큼 알아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온 세상을 향하여 불어넣고 있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9월이 오고 10월이 와서 가을을 뽐내어
쌀쌀한 기운으로 북돋아 날씨를 차갑게 키우겠지 하는 꿈과
지난 무더웠던 7월과 8월을 돌아본다
오는 7월은 무겁게 늦게 오더니 가는 7월은 매우 가볍게 흐르듯
소리없이 빠져나간다
어느 날 무더위 떼문에 잠 못 이루고 하얀 밤을 지새우던
새벽 4시 혹은 5시가 될때
하늘은 시원하게 시간을 알리면서 시퍼런 칼날을 곤두세우는 듯
곧 땅을 향해 떨어질 양 지평선을 넘어 파란 대문으로 온 대지를 위협하면서
보기에도 햇갈리게 거듭 가물거리고 있었다
나는 신선한 칼바람에 얼굴을 세수하며 하얗게 대지에서 묻어나는 안개를 보고
시선을 고정해 놓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모르긴 몰라도 내 느낌으로는 내가 어찌해볼 틈도 없는
시간은 날개를 활짝 펴고 까마득한 허공으로 달아나버린
아쉬움만 시간의 촉으로 내 마음에 꽃힌 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실없는 고뇌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얼마나 안개에 심취해서 바라보고 있었는지
온 대지는 안개를 벗으며 아지랑이처럼 흐물흐물 날리는데
곧 이것을 말해 정신을 잃는다고 하는 것일까 싶은 기분이 되고 만다
내 마음에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고 멍하게 가물가물한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상념이 빙빙 돌아나오고 있었다
말 그대로 밑도 끝도 없이 끝없는 밑 바닥을 찾아 가라앉고 마는 
무아지경의 상태 곧 무엇 한가지에 미쳐 몰입 당하고마는 것이었다
더 신비의 빛으로 빛나는 것은 대지는 그 동안 숨을 얼마나 깊이 들이마시는가
조금씩 안개의 자취는 아래로 흡수되고 있는듯 했다
좀 다르게 표현한다면 안개는 대지에 뿌리가 매여 멀리 떠나지 못한 채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휩쓸려 흐느적이느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머리는 벌써 하늘에 매여 사다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기가막힐 일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뱀이 하늘을 향해 꿈틀거리며 기어 올라가는 것으로 단정하고 있었고
그런 나는 지금 나도 모를 술에 잔뜩 취해 분별력도 없는 단계
환상과 환각으로 만들어가는 세계 속에서 헤매는 사람 같은 기분은
마치 뇌사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어느 시공을 무작정 누비고 다니는
떠돌이가 되어 있었다
순간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취한다는 것 또는 취했다는 것의 형상으로
지금 이 순간을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누구이고 안개는 무엇이며
혹여 술은 다른 곳에 있고 지금 내 마음에는 그림자만 있는 것은
아닐런지 말이다
불현듯
1992년 서울에서의 일이 상기된다
당신 나는 성동구 마장동 형제흑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흑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포질을 하다 잘못하여 내 손이 큰 못에
찔리는가 싶더니 살이 찢어져 피가 흐르는데 얼마나 까마득하게 아리고
아프던지 온 정신이 아찔하기만 했다
옆에서 누가 뭐라 해도 귀는 멍하고 소리는 아득한 공간을 통과하는
메아리처럼 맹맹일 뿐이었다 
좀더 강하게 말한다면 저 멀리 알 수 없는 공간을 뚫고 날아오는
비확인 비행물체 같았다
그러면서 점점 정신은 혼미해지고 영혼이 육체를 벗어나는 것처럼
가까우면서도 먼 거리 육체 밖에 나와 있는듯 했다
짧으면서 굵었던 시간  잠시 잠깐 동안에 현기증은 올라오고
눈 앞은 빙그르르 도는 것만 같았다
내가 내가 아닌 것만 같은 환상의 절망으로 유도 당하는 것만 같았다
모르긴 몰라도 순간 정신을 놓는다는 것이
이 짧은 순간 굵은 현상을 말하는 것이리라
생각한다.
의학적으로 변명한다면 영양실조라고 했는데
글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럴 정도로 못 먹지는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피를 바라보지 못한다
피만 보는 순간 찌르르르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아찔하게
몸에 전율이 일어나면서 감전이라도 되듯 
온 전신으로 소름 끼치듯 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헌혈을 못한다
아찔하다 싶을까 짜릿하다 싶을까한 순간의 표현을 찾는다면
그때를 생각할 것이다
하얗다는 것 마음이 하얗고 눈 앞이 하얗다는 것을
좀 더 구체화 시킨다면
아지랑이가 투명하게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것이라할 것이다
흐물흐물 흩어지듯 바라보면 볼수록 아찔해지는 아지랑이의 속성은
아찔하고도 아스라한 현기증이 아닐지 모르겠다
커튼을 열어 젖히듯 아침의 태양을 맞으며
점점 정신을 잃어가며 혼수 상태에서
꺼져가는 안개의 운명은 어쩌면 내 안에 들어있는
영혼 혹은 힘을 잃고 움직이는
짓눌린 생기는 아닌지 짐짓 놀란다
오늘내일 한 장씩 날을 깨끗이 지우며 반대로는 세월을 아끼며
장래를 꿈으로 바라보며 사람이 사람을 소망으로 바라보며 사람답게
살아가는 법을 발견하리라
어느 여름 첫 새벽 하얗게 피어오르는 안개를 만난 내가
이토록 자신을 흔들어 깨우고 말았다
어쩌면 무의식에 눌려 보이지 않았던 자아를 의식하면서 서서히
발아시키고 있었으리라
이제 나 자신은 사람다운 것이 과연 무엇이며 어떤 것인가에 의해서
끊임없이 고뇌하고 세상과 부딪혀 싸우며 변화가 이루어지는 삶의 생태계를 일으키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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