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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규 시인
밭으로 가는 남자
작성자: 정선규 추천: 0건 조회: 10530 등록일: 2011-08-20

밭으로 가는 남자

그는 오늘도 퇴근길 동네 어귀에서
긴 생머리를 팔랑팔랑 가늘게 날리며
어디론가 가는 그녀를 만났다
늘 신선한 산소 같이 부딪혀오는
얼굴이지만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절대로 질리지 않는 그녀이다
그는 한참을 서서 엉덩이를 씰룩쌜룩
청량음료를 흔들어 마시는 양 걸어가는 사랑스러운 그녀를
한없이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의 깊은 샘을 누가 알까?
잠시 후 그녀가 사라지고 아무도 없는
먼 길을 바라보며 미친 사람처럼
실없이 웃고만 있었다
나는 혹 그가 미쳤나 싶었지만
설마 설마 하는 마음에 지켜볼 수밖에는 없었다
항상 그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언젠가부터 남모르게 나사 빠진 모양
혼자 길을 가면서 웃었다
정말 미쳤을까?
싶었지만 미친 사람치고는
그의 얼굴은 매우 찬란했다
번지르르 환한 미소가 기름기처럼 머금어 번지는 것은
도저히 그가 미쳤어라고 말할 수 없는 극한 대립이었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 저 멀리 어느 우주에서 떨어진
낯선 사람에 매우 가까웠다
남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제3차원의 삶을 살아가는
덜떨어진 사람, 모자란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서 활짝 피어나는 미소는
분명히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그의 꿈은 제3차원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고
그러면서도 나는 마음이 답답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이 만나고 싶었다
아니 육체를 바꾸어서라도 그 속을 알고 싶었다
내가 그의 영이 아닌 것을 한탄하며 좌절하고 있었다
그러다 나는 생각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직접 본인에게 물어보는 것이라고
다음 날 같은 방향으로 출근하는 그와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다
나는 몇 번을 물어볼까?
말까?
어떻게 하나?
마음의 전쟁을 치르고서야 겨우 말문을 열었다
"형식 씨는 다 좋은데 늘 이유 없이 혼자 웃으니 사람이 실없어 보여
내가 잘못 봤어. 아니면 무슨 좋은 일 있는 거야"
그러자 그는 내 얼굴을 보더니 씩 한번 웃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아니라 사실은 언젠가부터 동네를 오고 가며 자주 얼굴 부딪히는
여인이 있는데 그 여인만 보면 왠지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도 하고 괜히 시비라도 걸어보고 싶은
그런 충동이 일어나면서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면
또 보고 싶어지면서 지나간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싱글벙글 웃는
재미가 생겨서 말이야."
순간 나는 그의 마음을 알 것도 같았다
아직 고백하지 못한 사랑에 상큼하면서도 신선한 맛을 느끼고 있는 그
밭에 보화를 숨겨 놓고 남몰래 혼자만 캐어 보고 기뻐하다 다시 밭에 묻고
집으로 돌아가 내일 다시 와서 캐어 보고 기뻐하다 자라나는 순수한 사랑
나는 그에게 별명을 붙여 주었다
날마다 밭으로 가는 남자라고
사랑을 고귀하게 만들어가는 삶의 진실
내 사랑은 그 어디에 하는 말만 들어도
내 삶은 매우 감미로워 캐러멜 맛처럼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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