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점점 제멋을 잃어 시간의 기류 속에서 방황을 모색하고 있는 것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비를 뿌리다가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여우가 제 꼬리 숨기는 양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거둬들이는 것이 꼭 미친 사람을 생각하게 합니다 아무튼 8월도 어느덧 중반의 고지를 넘어 가을과의 농이 짙은 접선을 저지르려 하는데 7월의 어느 마지막 날 식사하러 식당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옆자리의 두 노인이 하시는 말씀을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 놀랍고 황당했습니다 70대 중반의 노인이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인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꽤 덥지. 조금만 참아 이제 내일이면 8월이니 15일만 넘어가면 땅도 숨 쉴 거야 아직은 땅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지만, 그때가 되면 땅은 뱉어내던 열기를 끊고 선선한 기운으로 내뿜을 거야 이제 여름도 다 갔어." 하고 말하는데 내가 옆에서 듣기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세상에 사람과 동물 그리고 식물이 숨을 쉰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땅이 숨 쉰다는 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그 어디에서나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는데 하는 마음에 그저 황당하기만 할 따름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 나는 자꾸만 궁금증에 간이 절여지도록 미치는지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제3차원의 먼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을 참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구나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노인에게 왜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로 나를 현혹하느냐 따질 수도 없고 나 못 들었어. 안들은 것으로 하지 마음 돌리려 애를 써봐도 가라앉지 않는 이 흥분의 도가니는 꼭 누군가가 내 마음에 물 먹이고 전기로 지지는 철저한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괴로울 만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신기한 것은 이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누가 말했듯이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고 아직 저 노인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뭐가 그렇게 아쉬운지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미친 듯이 그렇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되자 정말 미친 사람처럼 혼자 히죽히죽 나팔을 불어대니 미친다는 것 그리고 미치겠다는 것 혹은 미쳤다는 것에 대한 한국말은 참 미묘하게 만들어졌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정교하면서도 정확한 구성과 세미 하게 분쇄된 고도의 정밀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결국 나는 여기에서 내 마음을 닫고 그 노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만 했습니다 "땅에 손을 대어보면 여름에는 뜨겁게 내뿜는 열기로 가득하게 새어 나오는 것이 느껴지지만 가을이면 여름 내내 그렇게 뜨거운 열기는 다 어디로 갔는지 날씨 탓인지 말이야 땅에서도 아주 선선한 기운이 흙에서 새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어 더운 열기는 가슴 깊이 심호흡으로 받아들여 다시 선선한 공기로 뿜어내는 거야 이는 땅이 숨 쉰다는 증거야" 나는 씩 웃었습니다 그렇게 쉬운 말을 뭉치고 또 뭉쳐서 돌덩이처럼 꼬불쳐 말하니 어찌 쉽게 알아듣겠나 하는 마음이 들면서 과연 말이든 글이든 들어서 알게 되고 읽어서 깨달을 수 있어야 하는구나 아니 글을 쓴다는 것은 말을 쉽게 풀어내고 조였던 긴장을 풀며 보고 들어 알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심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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